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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어도 너무 안 읽어서? 갈수록 작고 얇아지는 소설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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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크기에 총 쪽수도 92쪽으로 얇은 책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언뜻 시집처럼 보이지만, 소설가 김화진의 단편 소설이다. 작가 12명이 사랑을 주제로 쓴 단편소설 한 편과 이들의 작업 일기 한 편씩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묶은 ‘달달북다 시리즈’의 첫 책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출판사 북다 측은 앞으로도 100쪽 분량의 얇은 책을 낼 계획이라면서 “문고본처럼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소설책이 작고 또 얇아지고 있다. 단편 소설 여러 편을 묶어 소설집으로 내던 관행에서 벗어나 짧은 소설 한 편을 한 권의 책으로 내는 사례가 늘었다. 2018년 시작한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가 150쪽 안팎의 중편 소설을 110mmX190mm 크기의 작은 책으로 펴내며 관심을 모은 데 이어 지난해 3월 위즈덤하우스는 ‘위픽 시리즈’로 아예 단편 소설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펴내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선보인 북다의 ‘달달북다 시리즈’의 책 크기는 110mmX172mm로 ‘위픽 시리즈’(110mmX180mm)보다 더 작고 얇아졌다.
이는 독서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독자와 책 사이의 문턱을 어떻게든 낮춰보려는 움직임이다. 북다 관계자는 “젊은 독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하면 두꺼운 시리즈보다는 얇은 책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달달북다 시리즈’는 가격도 정가 기준 6,500원으로 커피 한 잔 값 수준으로 내렸다. 양장본 대신 무선제본으로 만들어 제작 단가를 낮춘 덕이다.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려는 시도다.
최근 서점가에서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얇은 책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상반기 소설 베스트셀러를 휩쓴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 역시 분량이 100쪽 안팎에 불과하다. 다만 얇은 책은 일종의 마중물일 뿐 문학계의 주류가 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 관계자는 “짧고 빨리 핵심만 짚는 쇼트폼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추려는 시도라지만, 얇은 책을 읽는 경험을 통해 더 두꺼운 책으로 영역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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