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모든 전공의에게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에게만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한 지난달 조치에 이어 미복귀 전공의까지 모두 구제해주기로 한 것이다. 전공의 이탈을 불법으로 규정한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조치라는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내린 결단으로 보인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가 ‘중단’이 아닌 ‘철회’”임을 분명히 했다. 혹시나 향후 행정처분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해주기 위해 아예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사직 전공의들이 9월부터 다른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 특례도 마련한다. 1년 동안은 동일 전공∙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는 수련 규정을 완화해 9월부터 바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 연차별∙복귀시기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구제까지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그동안 전공의들이 요구해온 핵심 사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고 봐야 한다.
고육지책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9월초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를 선발하려면 이달 중순까지는 모집 대상과 일정 등이 확정돼야 한다. 현재 8%에 불과한 전공의 복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지 않으면 내년에도 정상적인 병원 운영이 쉽지 않다. 정부는 “공익을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럼에도 원칙 훼손은 두고두고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당시 내렸던 각종 명령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됐고, 처음부터 환자 곁을 지킨 전공의나 복귀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또 한 번 의사 집단행동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됐다.
정부가 숱한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요 요구들을 수용한 만큼 더 이상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명분은 없다고 본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하면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논의도 가능하다고 열어놨다. 특히 상급병원의 전문의 중심 구조 개편 등은 현장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는가. 이젠 환자 곁으로 돌아와 의료개혁에 같이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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