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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이끈 패션디자이너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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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은 연쇄살인(serial killing)과 연속살인(spree killing)을 구분한다. 전자가 냉각기 등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잇달아 자행되는 살인이라면 후자는 비교적 짧은 시간 혹은 기간 사이 한 곳 또는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살인이다. 전자의 경우 범행 계획과 수법 등이 치밀해 범인을 찾는 데 꽤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후자의 경우 학교에서 벌어지는 총기 난사처럼 계획도 수법도 단순하고 다분히 충동적이어서, 범인은 현장에서 제압되거나 비교적 조기에 신원이 드러난다. 전자의 범인들에겐 살인 행위 자체가 목적일 때가 많고 후자에게 살인은 왜곡된 분풀이일 때가 많다고 한다.
1980, 90년대 슈퍼모델 시대를 풍미한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잔니 베르사체(Gianni Versace)가 1997년 7월 15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 저택에서 연속살인에 희생됐다. 범인 앤드루 커내넌(Andrew Cunanan, 1969~1997)은 인근 카페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베르사체의 머리 뒷부분에 권총 두 발을 쏜 뒤 8일 뒤 범행 현장 인근 보트하우스에서 자살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해 4, 5월 미네소타주 등 3개 주에서 전 연인 등 4명을 살해한 그의 마지막 범죄였다.
범행 동기, 특히 베르사체의 살해 동기를 둘러싸고 말이 많았다. 지인들은 커내넌이 부와 명성을 통해 제 존재를 과시하는 데 무척 집착했다고 말했다. 게이였던 그는 부유한 은퇴자 등과 사귀며 물질적 도움을 얻곤 했고, 허풍과 거짓말이 잦았다고 한다. 범행을 벌이던 무렵 그는 후원자였던 애인을 잃고 곤궁했고,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착각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지 모르는 옛 연인들에 대한 복수심, 충족되지 않은 부와 명예에 대한 질투와 절망감, 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 등이 동기이자 원인으로 지목됐다. 호사가들의 짐작과 달리 베르사체와는, 안면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별 친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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