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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박한 일정 때문에 홍명보 선임"... 축구협회 절차적 정당성 문제 지적 봇물

입력
2024.07.08 17:21
수정
2024.07.08 18: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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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총괄이사의 전력강화위원장 대리, 규정엔 없어
반토막 난 전력위... 절반의 동의, 정당성 가질 수 있나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A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배경을 공개했다. 빌드업을 중시하는 전술과 '원팀' 정신을 이끄는 리더십, 감독으로서 성과 등을 홍 감독 선임 이유로 꼽았지만 일각에서는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A대표팀 감독선임 권한을 가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물론, 위원들이 대거 사퇴한 와중에 별도 분과위 위원장 혹은 기술총괄이사가 이를 대신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겸 기술발전위원장은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새로운 축구대표팀 감독에 홍 감독을 선임했다"며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감독. 연합뉴스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감독. 연합뉴스


긴박했던 4일... 귀국 후 곧장 홍명보 만나 설득

홍 감독 선임은 매우 긴박하게 이뤄졌다. 이 총괄이사는 2일 유럽에서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등 최종 후보에 오른 외국인 감독 2명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이들의 축구 철학이 빌드업을 통한 기회 창출을 꾀하는 한국 축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 5일 귀국 후 곧장 홍 감독을 찾아갔다. 홍 감독이 "절차상 온 거냐. 그 안에서 얼마나 나를 평가한 거냐"고 물었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만남이었다는 게 이 총괄이사의 설명이다.

이 총괄이사는 "홍 감독은 최종적으로 압축된 후보 3인 중 전력강화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며 "왜 홍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지 설명했고, 축구협회가 확립한 축구 철학과 경기 모델을 직접 이끌어주십사 몇 차례 부탁한 결과 6일 오전에 홍 감독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 뉴스1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 뉴스1


왜 홍명보인가... 전술·리더십·감독으로서 성과

이 총괄이사가 밝힌 홍 감독 선임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이다. 홍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작년 데이터상 기회 창출에 대한 득점이 K리그 1위,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를 차지했다. 활동량은 10위권이었는데, 이 총괄이사는 이를 "효과적으로 뛰면서 경기한 것"이라 해석했다.

리더십도 주된 요소 중 하나다. 홍 감독은 울산을 이끌며 '원팀, 원스피릿, 원골(목표)'을 강조해왔는데, 대표팀에도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총괄이사는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등)지난 2명의 외국인 감독을 돌아봤을 때 팀 내 자유로움 속에 기강을 세우되, 대표팀의 창의성 유지 및 원칙 확립을 위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으로서의 성과에서도 외국인 감독 대비 뒤지지 않는다고 봤다. 홍 감독은 그간 K리그 정상에만 2번 오른 데 이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진출, 2025년 클럽월드컵 진출 등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대표팀 감독으로서도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진출, 23세 이하 올림픽 동메달 등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린 2월 15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모습. 서재훈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린 2월 15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모습. 서재훈 기자


협회가 고집했던 외국인 감독은 왜 제외됐나

당초 외국인 감독 선임에 방점을 뒀던 협회가 결과적으로 국내 감독 카드를 꺼낸 건 △촉박한 대표팀 일정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의 부족 △ 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 등 때문이다. 이 총괄이사는 "당장 9월부터 월드컵3차 예선이 시작된 시점에 외국인 감독이 한국 대표 선수들을 파악하기에 시간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각급 대표팀 연계 등에 필요한 충분한 (한국) 체류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조직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대한축구협회 조직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규정에 없는 전력위원장 권한 위임

문제는 전력강화위원장 업무를 다른 분과위원장이나 총괄이사가 대신할 수 있는지 여부다. 우선 협회 조직도상 전력강화위원회, 기술발전위원회가 있는 이사회와 기술총괄이사는 별도 조직으로 분류돼 있다. 올해 4월 신설된 기술총괄이사직은 협회 내 대표팀 관련 업무와 기술 분야를 총괄 지휘하는 자리다. 신설 당시 협회도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기술분야 행정의 인적 쇄신과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취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듯 기술총괄이사 업무는 A대표팀 감독 선임과 전혀 관련이 없다.

기술발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협회 정관상 기술발전위원회는 "17세 이하(U17)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 등을 위해, 전력강화위원회는 "남녀 국가대표와 18세 이상(U18)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을 목적으로 설치됐다. 당초 2017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현 전력강화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기술발전위원회에서 A대표팀 감독 선임 기능을 분리하기 위함이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협회 스스로 내부 조직간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전력강화위원회를 완전히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력강화위원회가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반토막 난 전력위, 제대로 작동했나

뿐만 아니다. 당초 위원장 포함 10명으로 구성됐던 전력강화위원회는 정 전 위원장 사임 후 위원들마저 줄줄이 사퇴하면서 5명만 자리를 지켰다. 위원회가 반토막 난 것이다.

이 총괄이사는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위원회 5명의 동의만 얻었다고 해서 그 부분이 잘못됐느냐 아니냐는 내가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협회 법무팀의 조언을 받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했다. 혹 그 부분으로 나에게 뭐라고 한다면 다시 법무팀에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정몽규 협회장도 지난 5일 충남 천안축구종합센터에서 열린 2024 대한축구협회 한마음 축구대회에서 "절차적 정당성보다 감독에게 필요한 덕목을 정의하는 게 우선"이라 강조했는데,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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