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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엘살바도르 "식품 가격 올리면 갱단처럼 처벌"

입력
2024.07.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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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켈레 대통령 "식품 폭리, 문제 생길 것" 경고
갱단 소탕 작전 호응 얻자 "물가 전쟁' 선포

강력한 갱단 척결 정책을 추진 중인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조직폭력배로 추정되는 수용자들이 테콜루카의 테러범 수용소(CECOT)에서 웃옷을 벗고 머리에 손깍지를 낀 채 바닥에 앉아 있다.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제공·AFP 연합뉴스

강력한 갱단 척결 정책을 추진 중인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조직폭력배로 추정되는 수용자들이 테콜루카의 테러범 수용소(CECOT)에서 웃옷을 벗고 머리에 손깍지를 낀 채 바닥에 앉아 있다.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제공·AFP 연합뉴스

갱단 척결 등 강력한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이번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폭리를 취해 적발되면 갱단에 적용했던 정책을 사용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7일(현지시간) 미 AP통신 등에 따르면 나이브 부켈레(43)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식료품 가격 급등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거리에서 갱단을 사라지게 한 동일한 정책"으로 물가 폭등 현상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엑스(X)에 게시한 동영상에서도 "모든 수입·유통·도매업체, 소매상인에게 엘살바도르 국민을 학대하는 행위를 중단하거나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불평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정부는 이 사안으로 장난을 치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거듭 엄포를 놨다.

2019년 6월 취임한 부켈레 대통령은 조직 폭력 범죄를 뿌리 뽑겠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갱단 소탕 작전을 벌였고, 이에 지지율이 치솟았다. 범죄자들을 수용할 중남미 최대 규모의 교도소도 신설했다. 명확한 증거 없이 일단 때려잡고 보는 식의 범죄 소탕 작전에 인권 탄압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엘살바도르 국민은 호응했다. 지난 2월 대선에서 85%의 높은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앞서 물가 변동 상황을 감시하는 엘살바도르 당국은 일부 식료품 가격이 수도 산살바도르를 중심으로 지난 상반기에만 최고 3배 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자유 시장에선 수요와 공급에 의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조절되고 경쟁을 통해 품질 향상과 가격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살바도르 경찰은 부당한 가격 인상과 관련해 물품 공급업체 120곳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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