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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홍명보...5개월 간 헛발질한 축구협회

입력
2024.07.07 17:52
수정
2024.07.07 18:4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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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대표팀 복귀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 연합뉴스

무려 5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홍명보(55) 울산 HD 감독이 낙점됐다. 외국인 감독 선임을 큰소리쳤던 대한축구협회는 결국 돌고 돌아 국내 감독으로 결론을 내려 그간의 헛발질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축구협회는 7일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이후 5개월 만에 새 감독을 맞게 됐다. 축구협회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 감독 선임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겠다고 전했다.

홍 감독의 사령탑 내정은 긴박하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계에 따르면 지난주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거스 포옛(57·우루과이) 전 그리스대표팀 감독, 다비트 바그너(53·독일) 전 노리치시티 감독을 만나고 돌아온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설득했다. 지난달 말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한 이후 새 사령탑 찾기에 나선 이 이사는, 2명의 외국인 감독과 만난 뒤 별다른 소득 없이 귀국해 홍 감독을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사는 홍 감독의 고려대 3년 후배다.

최근 축구협회에 쓴소리를 했던 홍 감독은 숙고 끝에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세부적인 계약 사항은 논의되지 않았으나 2026 북중미 월드컵 혹은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3년여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울산 감독으로 재임 중인 사령탑을 이러한 조건 없이 빼오긴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축구대표팀 지휘 경력이 있는 지도자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 감독은 한국 대표 수비수로서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1무 2패)의 책임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2012 런던 올림픽에선 동메달을 획득했고 2009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루는 등 굵직한 대회를 이끌었다.

또한 K리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2022년과 2023년 울산의 리그 2연패를 달성했으며, 올 시즌도 현재(7일 기준) 리그 2위(승점 39·11승 6무 4패)로 순항 중이다.

홍 감독은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는 지난달 30일 포항전을 앞두고 축구협회 내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거절 의사를 확실히 했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아무런 성과 없이 5개월 동안 헛발질한 끝에 손을 내밀자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홍 감독은 지난 2017~20년까지 협회에서 전무이사로 행정을 맡은 바 있다.

한편 축구협회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3월과 6월 A매치에 각각 황선홍 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김도훈 전 라이언시티 감독으로 사상 초유의 임시 감독 체제를 감행했다. 외국인 감독 선임을 우선으로 하겠다던 축구협회의 호언장담은 결국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고, 정 위원장의 사임으로 협회 내 불협화음이 또다시 노출돼 존재의 이유마저 흔들리고 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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