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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한동훈 뺨 때렸다... "연판장 그냥 하라" 구태정치에 역공

입력
2024.07.07 18: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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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러닝메이트도 일제히 연판장 비판 가세
'읽씹' 논란 수세에… '구태정치'로 프레임 전환
"한 후보의 정치적 책임 말한 것... 연판장 아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6일 성남시 분당갑 당원조직대회를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동훈 캠프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6일 성남시 분당갑 당원조직대회를 찾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동훈 캠프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여론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 취소하지 마시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으로 한때 수세에 몰렸지만,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던 연판장 사태가 오히려 구태정치와 차별화를 꾀할 기회로 보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한 후보는 페이스북에 "선거관리위원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들이 제가 사적 통로가 아니라 공적으로 사과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연판장을 돌려 후보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같은 이유로 윤리위를 통해 제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제가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후보와 함께 출마한 러닝메이트들이 가세했다.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또다시 구태정치가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제 한동훈과의 싸움이 아니라 당원과의 싸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낡고 비겁한 수단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당원들의 뜻을 거스르는 반역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 캠프 정광재 대변인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지는 구태와 정치적 논란은 왜 우리 국민의힘이 변화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 "피해자 코스프레 마라"

김건희 여사(왼쪽 사진)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뉴스1

김건희 여사(왼쪽 사진)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뉴스1

이처럼 한 후보가 목소리를 높이는 건 상황이 반전됐다는 판단에서다. '읽씹' 논란이 불거지자 한 후보는 "사적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김 여사와 수백 차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에 다른 당권주자들이 몰아붙이자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궁지에 몰렸다.

당 관계자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며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을 '연판장' 구태정치로 전환시킬 좋은 기회 아니냐"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연판장으로 나경원 후보 출마를 막았고, 윤리위 징계로 이준석 당대표를 물러나게 한 '흑역사'가 연상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논란이 커질수록 한 위원장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한 후보 측에서 논란을 더 크게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만 한 후보가 낙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당내 정치에서 이미 친한동훈(친한)계라는 계파를 이룬 만큼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형국이 아닌 데다, 연판장의 실체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의 한 의원은 "한 후보가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거 아니냐"면서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장동혁 후보도 나 후보에 대한 연판장에 가담한 사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에 연루된 박종진 선관위원은 본보 통화에서 "한 후보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것"이라며 "사퇴라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판장'이라고 한다면 밑에 이름을 적고 서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전화를 한 걸 두고 연판장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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