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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영끌·빚투 재시동... 5대은행 가계대출 나흘 새 2조 '쑥'

입력
2024.07.07 16:00
수정
2024.07.07 16: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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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오르자 주담대 8400억↑
증시 활황에 신용대출도 증가 전환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뉴시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뉴시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나흘 만에 2조 원 이상 느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주택 가격 상승과 금리 인하 기대로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7일 각 은행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일 자 가계대출 잔액 총액은 710조7,558억 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4영업일 만에 지난달 말(708조5,723억 원)보다 2조1,835억 원 불어난 것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한 달 동안 5조3,415억 원 급증하며 2021년 7월(6조2,000억 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는데, 이달 들어 기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출 종류별로 나눠서 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552조9,913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8,387억 원 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늘어나자 주택 매수 심리가 강해지고 이에 따른 대출 수요도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 올라 2021년 9월 셋째 주(0.2%)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을 9월로 연기한 것 역시 대출자들이 '영끌' 계획을 앞당기도록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5대은행 가계대출 잔액 추이단위: 조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지난달까지 감소 추세이던 신용대출마저 이달 1~4일 1조879억 원 증가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최근 증시 활황과 함께 꿈틀대기 시작한 '빚투'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5월 평균 19조4,387억 원에서 이달 4일 기준 20조234억 원으로 뛰었듯, 은행 신용대출도 같은 이유로 늘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부쩍 관심이 높아진 미국 주식의 경우 국내 증권사 신용융자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 주로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엔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일반투자자 대상 상장 공모 청약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며 대출 수요 억제에 나섰지만,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의 하락세가 완연해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기준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2.9~5.37% 수준으로 지난달 21일(연 2.94~5.445%)보다 상·하단이 더 낮아졌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 유입으로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058%포인트 추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자산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는 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대출 규제로 한도 축소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주택 관련 잔금을 당겨서 처리하거나, 생활안정자금을 미리 받아 하반기 투자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며 "하반기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면 7~8월 계약 후 시차를 두고 9~11월 대출이 폭증하는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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