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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에 ‘개혁파’ 페제시키안 당선… “모든 이에게 우정의 손길을”

입력
2024.07.06 17:02
수정
2024.07.0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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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 투표 득표율 54% 기록… 강경파 잘릴리 꺾어
“핵합의 복원·히잡 단속 완화”… 대서방 관계 개선?
권력 서열 2위일 뿐... “당장 이란 정책 변화 힘들어”
“이슬람 권위주의에 제약 가할 것” 긍정적 전망도

이란의 개혁파 정치인으로 대통령 보궐선거에 출마한 마수드 페지시키안(오른쪽 세 번째) 후보가 5일 테헤란 서쪽 샤레 쿠드스에서 대선 결선 투표를 마치고 나오며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페지시키안 후보는 이날 득표율 54.7%를 기록해 최종 당선됐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이란의 개혁파 정치인으로 대통령 보궐선거에 출마한 마수드 페지시키안(오른쪽 세 번째) 후보가 5일 테헤란 서쪽 샤레 쿠드스에서 대선 결선 투표를 마치고 나오며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페지시키안 후보는 이날 득표율 54.7%를 기록해 최종 당선됐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개혁파 정치인’ 마수드 페제시키안(70)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 온건·중도 성향인 페제시키안 후보는 이번 대선 국면 이전만 해도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무명’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극심한 경제난을 야기하고 국가폭력을 자행한 강경파 정권에 대해 누적된 대중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핵합의(JCPOA) 복원과 히잡 단속 완화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페제시키안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대(對)서방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대선 결선 투표율 49.8%... 1차보다 10%p ↑

6일(현지 시간) 이란 내무부와 관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대선 결선 투표 개표가 잠정 완료된 가운데, 페제시키안이 1,638만4,000여 표(득표율 54.7%)를 얻어 당선을 확정 지었다. 맞대결한 강경 보수 성향인 사이드 잘릴리(59) 후보는 1,353만8,000여 표(44.3%)에 그쳤다. 페제시키안은 국영 IRIB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이에게 우정의 손길을 뻗겠다”며 “국가 발전을 위해 모든 사람을 활용해야 한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결선 투표의 투표율은 49.8%로, 지난달 28일 1차 투표(39.9%)보다는 1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이 같은 대선 결과는 다소 의외로 평가된다. 지난 5월 19일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함에 따라 치러진 이번 대선은 초반 때만 해도,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권력 서열 1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파’인 잘릴리의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페제시키안이 득표율 42.5%를 기록하며 ‘깜짝 1위’에 오르는 이변이 일어났다. 당시 잘릴리는 38.6%로 2위에 그쳤다. 그리고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이뤄진 대선 결선에서도 대반전은 없었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6일 테헤란에서 대선 결선 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6일 테헤란에서 대선 결선 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3년 만에 '개혁 성향' 행정부

이로써 이란에서는 하산 로하니(재임 기간 2013년 8월~2021년 8월, 연임 포함) 대통령 집권기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개혁 성향 행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심장외과의 출신인 페제시키안은 2001~2005년 온건·개혁 성향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보건장관을 지냈다. 마즐리스(의회) 의원에 출마한 2008년부터 내리 5선을 했고, 2016년부터 4년간 제1부의장을 맡았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경제 제재 완화를 통한 민생고 해결 △핵합의 복원 △서방과의 관계 개선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다른 강경파 후보들과 자신을 차별화했다. 또 선거 기간 내내 “히잡 단속을 완화하겠다”고 밝히며 2022년 ‘히잡 시위’ 이후 분노로 들끓었던 청년층·여성층의 표심도 얻었다.

물론 페제시키안의 대선 승리가 이란 사회에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란에서 대통령은 ‘권력 서열 2위’에 불과하고, 최고 실권자인 ‘보수 강경파’ 하메네이도 후계자를 물색 중이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게다가 페제시키안 본인부터 이란의 이슬람 신정체제에 순응하는 ‘온건 개혁파’일 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사남 바킬은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대통령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며 “페제시키안의 대통령 선출이 당장 (이란 내)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 출마한 개혁파 정치인 마수드 페지시키안(가운데) 후보가 지난달 28일 테헤란에서 1차 투표를 마친 뒤 손가락으로 승리의 'V' 사인을 그려 보이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 출마한 개혁파 정치인 마수드 페지시키안(가운데) 후보가 지난달 28일 테헤란에서 1차 투표를 마친 뒤 손가락으로 승리의 'V' 사인을 그려 보이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2인자 대통령도 국내·외교 정책 설정 가능"

하지만 ‘개혁파 대통령’의 의미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대통령도 영향력이 없는 것이 아니며, 국내 정책을 설정하고 외교 정책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게 분석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나데르 셰미 미 조지워싱턴대 중동학 교수는 NYT에 “과거의 모든 한계 및 실패에도 불구, 개혁 지향적인 (이란) 대통령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며 “이슬람공화국의 권위주의에 어느 정도 제약을 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남 바킬도 “페제시키안은 덜 억압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여러 한계에도) 사회적 자유를 확장할 여지를 좀 더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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