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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직구한 '건강보조제' 자칫 건강에 '독'

입력
2024.07.07 06: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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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성기능 개선(맨 왼쪽 줄 세 개), 근력 강화(두 번째 줄 세 개), 체중 감량(세 번째 줄 세 개) 등 각종 효능을 내세웠지만 국내 반입 금지 위해성분이 포함된 해외 직구 식품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성기능 개선(맨 왼쪽 줄 세 개), 근력 강화(두 번째 줄 세 개), 체중 감량(세 번째 줄 세 개) 등 각종 효능을 내세웠지만 국내 반입 금지 위해성분이 포함된 해외 직구 식품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10여 년 전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고혈압과 만성콩팥병으로 진료를 받던 70대 여성 환자가 있었다. 약 복용도 빠뜨리지 않았고, 싱겁게 먹기 등 생활 습관도 잘 실천하던 그 환자가 혈압이 높아진 뒤 내려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혈압이 증가한 원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미국에 살던 아들이 어머니에게 간식으로 보낸 사탕을 한동안 먹었다고 했다. 사탕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오를 수는 있겠지만, 왜 혈압이 올랐을까?

그 환자가 병원으로 가져온 미국산 사탕의 성분 표시에서 ‘감초’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감초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는데 이를 과도하게 복용하면 혈압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해외 직구’ 붐이 일면서 식품·건강보조제 등을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해외 직구 물품의 관세 처리에 필요한 ‘개인 통관 고유 부호’를 가진 사람들도 종종 있다.

해외 친척·친지들이 외국산 식품이나 건강보조제를 보내주던 시절이나 해외여행 때 산 건강보조제를 가족에게 선물했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문 약과 달리 건강보조제는 비교적 쉽게 살 수 있다. 그래서인지 ‘건강보조제’나 ‘다이어트 제품’ 등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진료하는 환자 중에는 매일 5~10종의 건강보조제를 먹는 이가 적지 않다. 해외여행 갔던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았다며 성분 미상의 건강보조제를 먹는 경우까지 있다. 왜 먹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몸에 좋다고 해서”라고 말할 뿐 어떤 성분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모른다. 해외 직구가 유행하는 요즘은 자녀들이 대신 사주었다는 외국산 건강보조제를 먹는 사람도 있다.

제약사가 만드는 전문 약이나 일반 약은 성분·효능·부작용이 대개 논문이나 연구 결과로 공개돼 있다. 전문 약은 ‘시판 후 임상 시험’이란 검증 과정도 거치므로 문제가 드러나면 판매 중단 조치를 할 때도 있다.

이런 이유로 약을 먹은 뒤에 혹시 문제가 생겨도 그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조제를 전문 약처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구입한 건강보조제를 먹고 부작용을 일으켜 병원에 갔을 때 의료진이 어떤 성분이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치료가 늦어질 수도 있다.

해외여행 중 쇼핑이나 해외 직구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건강과 직결되는 약품·식품·건강보조제를 구매할 때는 신중하라는 뜻이다.

만성콩팥병이 있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건강보조제 복용으로 기대되는 효과보다 콩팥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암연구소는 종합 비타민이 건강이나 수명 연장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매일 종합 비타민을 먹는 사람이 먹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4% 더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종합 비타민을 포함한 건강보조제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는 여러 번 발표됐다.

특정 성분이나 제품이 건강에 이롭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은 거의 없다. 반면 과잉 섭취의 부작용은 확인되고 있다. 소금·설탕·지방 등이 그렇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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