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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무화한 '긴급제동장치'… 한국 고령 운전·급발진 사고 대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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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참사' 이틀 뒤 이번엔 택시가 병원 응급실로 갑자기 돌진해 보행자 두 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각각 60, 70대인 가해차량 운전자들은 '급발진'을 주장하는 가운데 사고 원인 규명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차치하더라도 최근 고령 운전자가 일으키는 교통 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첨단 안전장치 의무화 등 기술적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기술은 생소하지 않다. 차량 앞 장애물을 인식해 경보를 울리거나 브레이크를 자동 작동해 충돌을 막는 '자동 긴급제동장치(Autonomous Emergency Breaking System·AEB)'는 고급 수입차들에 장착돼 출시되고 있고, 옵션으로도 추가 가능하다. 시청역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몰았던 현대차의 제네시스 G80 모델 역시 AEB와 유사한 '전방 충돌방지 보조(Forward Collision-Avoidance Assist·FCA)' 기능이 2019년식부터 지원된다.
해외에서도 신차에 첨단 안전장치 설치 의무화 등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4월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에서 2029년 9월부터 약 4,500kg 이하의 승용차와 트럭, 버스에 AEB 장착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확정해 발표했다. 전방 장애물을 감지했을 때 충돌을 방지하는 기능들이 △차량일 경우 최대 시속 100㎞ △보행자의 경우 최대 시속 64㎞에서도 작동해야 하며 전방 차량과 충돌이 임박했을 땐 △긴급 브레이크가 최대 시속 145㎞에서 자동 작동돼야 한다. AEB가 충족시켜야 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인데 지난 10년간 도로교통안전국에 집계된 후방 추돌사고 자료를 토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구체적 기준이나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는 없다. 그러나 정부와 산업계 의지만 있다면 제도 도입은 어렵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술적으로 완성 단계이고, 국내 시장에서도 옵션으로 이미 유통 중이라 규제 마련에 큰 무리는 없다”고 짚었다.
그러나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 시장 가격이다. 첨단 안전장치는 보통 다른 옵션들과 패키지로 장착하는데 G80 모델의 경우 2019년식 이전 FCA 기능은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ASC)’ 패키지에 포함돼 옵션 추가 시 약 200만 원을 더 내야했다. AEB 장착 등이 의무화되면 고급 옵션 비용이 유통가에 포함돼 자동차 구입 비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신차의 약 90%에 AEB가 장착돼 있고, 의무화가 실시된 미국에서도 비용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관계자는 “자동차혁신연합(미국 내 자동차 업계 단체) 등이 모든 차량 기준에 맞는 AEB 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해선 비용이 올라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반대 서한을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매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를 위해서는 보조금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필요하다. 인구의 3분의 1이 고령자로 분류되는 일본은 노인에게 급가속 때 차량이 아예 멈춰버리는 등의 기능이 탑재된 '사포카(서포트카)' 구매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구매 시 대당 최대 10만 엔(약 85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비롯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AEB는 신차에 장착되는 게 일반적인데, 노후된 차량을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큰 고령 운전자를 위해 부품 구입 등의 방법으로 별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통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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