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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형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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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야구의 타자 지표에서 홈런과 도루는 가장 이질적인 조합이다. 요구되는 신체 능력의 원천이 달라서다. 홈런 타자가 도루도 잘한다는 건, 역도선수가 육상도 잘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그런 이유로 20홈런-20도루, 30홈런-30도루, 40홈런-40도루 달성은 이질적이라서 열광하는 기록의 조합이다.
□ KIA 타이거즈의 3년 차 내야수 김도영(20)이 24년 만의 한국인 선수 30-30 기록을 향해 가고 있다. 고교(광주동성고) 때부터 출중한 타격, 우타자인데도 1루까지 3초대에 주파하는 주력으로 전국 최고 야수였다. 고교 통산 홈런은 2개뿐이나, 타구가 빨라서 장타능력도 기대됐다. 프로 데뷔 후 꾸준히 성장하다, 올해 발사각(스윙궤적)을 높이고는 전반기에만 23홈런(2위)을 치며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도루는 26개(5위)인데 체력 안배를 위해 자제할 정도라고 한다.
□ 전인적인, 르네상스형 타자의 상징은 1990년대 프로야구를 평정한 이종범(해태 타이거즈)이다. 도루왕이면서 홈런왕 경쟁을 했다. “타자는 이승엽, 투수는 선동열, 야구는 이종범”이란 말로 요약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시상하는 타이틀은 아니지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OPS(출루율+장타율), wRC+(조정득점창출력) 지표가 전통적인 타율, 홈런, 타점 지표보다 더 중시되는 이유도 ‘야구’라는 종목의 복합성 때문이다. 김도영은 WAR, OPS, wRC+ 모두 1위이다.
□ 올해 프로야구는 전반기 600만 관중이 몰렸고 최초 1,000만 관중도 내다본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기계가 판정하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으로 역전이 늘고, 촘촘한 순위싸움이 팬들의 마음을 붙든다. 김도영을 비롯해 김택연(두산 베이스), 박지환(SSG 랜더스) 등 젊은 선수들이 활력을 불어넣은 것도 큰 이유다. ‘백마를 탄 초인’은 아니라도 어느 분야에서나 기성세대를 넘어서는 혜성의 등장은 그 분야에 대한 신뢰, 애정의 원천이겠다. 새로운 스타는커녕 상식적인 기대주조차 고사해가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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