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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 끝없는 대결, 국민은 신물 난다

입력
2024.07.05 00:20
27면

우원식(왼쪽부터)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안'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다빈 기자

우원식(왼쪽부터)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안'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다빈 기자

채상병 특검법이 어제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24시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강제 종료 후 여당인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야권 단독으로 통과됐다. 지난 5월 21대 국회에서 특검법이 처리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의 부결로 폐기된 뒤 두 번째로 국회를 통과한 특검 법안이다. “공수처와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그래도 의혹이 남을 경우 내가 직접 특검을 요청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 입장이라 야당의 일방처리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예고된 셈이다. 채상병 특검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 역시 국회 정상화 질곡으로 작용하는 판이라 참으로 답답하다.

국민 다수가 필요하다는 채상병 특검에 대해 대통령의 거듭된 거부권 행사는 국민과 입법기관에 대한 존중 자세가 아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의 격노설과 대통령실 외압 의혹은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커지고, 수사 외압 배경과 관련한 곁가지 의혹까지 번져 특검 반대 명분이 상실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일방적인 특검 법안 처리가 대통령 탄핵 수순 밟기라는 정략적 의도 문제와 내용상의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는 만큼 합리적 대안을 찾는 정치권 자세가 요구된다. 여야 합의는 대통령도 함부로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에선 반대하지만 당권에 도전하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최근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 대안을 내놓았다. 법 전문가조차 특검 필요성을 인정하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방처리 부담이 작용했는지 “제3의 방안이 있다면 논의는 해볼 수 있다”는 자세를 보였다. 조국혁신당도 특검 추천권을 양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열린 자세만 갖는다면 특검 법안에 합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국민 입장에서 누가 먼저 한 발을 더 내딛느냐에 정치적 승자가 되는 국면이다. 대통령과 야당이 권한만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대결 정치에 국민적 짜증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길을 여는 정치가 그리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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