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 아카데미 학부모들 "한번도 체벌 없었다… 아이들 일상 돌려달라"

입장문 내고 손 감독·코치진 선처 호소
"가해 두둔 행동이 '2차 가해'"우려도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는 가운데 아카데미 학부모들이 "수년간 단 한 번도 체벌이 없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손축구아카데미 선수 및 학부모들은 4일 입장문을 내고 "수년간 아카데미에서 지냈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체벌이라는 건 없었다"며 "아이들 뼈와 근육이 다 여물기 전에 과도한 체력 훈련은 아이에게 오히려 독이라며 과도한 운동을 시킨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오키나와 전지 훈련에 동행한 일부 학부모와 아이들도 체벌이 있었다는 그날에 대해서 별다르다거나 특이하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손 감독이 고소 당한 이후 아카데미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직접 일을 겪은 당사자들은 정작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일을, 바깥사람들이 각자의 잣대만을 들이밀어 아카데미 안에서 마치 큰 범죄가 일어난 것처럼 아카데미 구성원들을 피해자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또한 아카데미로 쏟아지는 언론, 누리꾼들의 관심으로 인해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사기관을 향해 손 감독과 코치진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여태 운동장에 한 번 와보지도 않은 시민단체라는 사람들은 직접 만나보지도 않았을 감독님을 폭력적이라며 비판하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스포츠윤리센터는 아카데미를 들쑤시겠다며 예고하고 있다"며 "정작 이곳 아이들은 행복하다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인권이고 누구를 위한 수사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저희와 우리 아이들에게 감독·코치님들과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때로는 울고 다시 끄덕일 수 있는 일상을 돌려달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명백한 아동학대" 비판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페이스엠에서 '손축구아카데미 스포츠 폭력 사건을 통해 돌아본 아동ㆍ청소년 스포츠 인권의 현 주소'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반면 체육계 시민단체들은 손 감독 사건을 "명백한 아동학대"라고 규정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등 시민단체 4곳은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토론회를 열고 스포츠계 아동학대를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사건의 본질은 손 감독과 코치진이 아동에게 지속적으로 신체적·정서적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라며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행동이 없었다고 하는데, '사랑해서 때렸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학부모들이 발표한 입장문이 오히려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분명히 어떤 행위가 있었고, 학부모님들이 팀을 유지하기 위해 가해를 두둔하는 행동은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런 입장문이 가장 괴롭다"고 경계했다. 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사무총장도 "학부모로서는 아이가 훈련을 지속해서 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아카데미의 책임"이라고 했다.

한편, 춘천지검은 2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손 감독과 A수석코치 등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 4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약 2개월 만이다. 손 감독 등은 초등학생인 B군을 신체적 또는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B군 측은 3월 19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이던 3월 9일 수석코치가 B군의 허벅지 부위를 플라스틱 코너킥 봉으로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며 손 감독 등을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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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