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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 경남의 소멸지역 작은학교, LH와 지자체 손잡고 되살아났다

입력
2024.07.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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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지자체·경남교육청 손잡고
'폐교위기 학교살리기' 소멸 극복

일자리 알선, 특색있는 교육 도입
시세보다 30~40% 저렴 주택 제공
6개 학교 인근 임대주택 64호 전입
호당 3.9명 인구유입 효과 거둬
"아이들의 웃음 끊이지 않도록 노력"

고성군 삼산초 인근 임대주택(왼쪽)과 함양군 서하초 인근 임대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고성군 삼산초 인근 임대주택(왼쪽)과 함양군 서하초 인근 임대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해마다 저출생의 여파로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늘고 있다. 올해 초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1학년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입학식도 치루지 못한 곳은 전국 157곳에 달한다. 6,000여 곳이 넘는 전체 초등학교의 2.5% 수준. 2021년 112곳에서 2022년에는 126곳, 지난해에는 149곳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경남지역 신입생 없는 학교도 2020년 9곳, 2021년 13곳, 2022년 11곳, 2023년 18곳, 올해 25곳으로 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초등학교가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한 때 초등학교 운동회는 마을 축제로 형제자매, 일가친척을 비롯해 지역주민이 6년간 같은 학교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과거 초등학교는 지역 동질감을 강화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 지역사회에 작은 학교 살리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도 지역과 학교를 동일 운명체로 인식하는 데 있다.


LH 업무협약식 행사사진. LH 제공

LH 업무협약식 행사사진. LH 제공


초등학교는 지역 발전과 소멸을 함께 할 수밖에 없기에, '작은 학교 살리기'는 소멸하는 지역이 품는 마지막 희망이 됐다.

LH,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 살리기 위해 추진하는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이 지역소멸이라는 눈앞의 위기상황 극복은 물론 지역공동체의 존속과 유지라는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지향하고 있는 '효자 시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남에서는 올해 고성군 동해초등학교, 함양군 서상초등학교, 창녕군 이방초등학교 등 3곳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LH, 경남도, 경남교육청이 지역 자원을 연계해 학교 중심으로 마을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다. 학령 아동 감소로 폐교위기에 처한 초등학교(학생수가 60명 이하)와 소멸위기의 시골 마을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2020년부터 시작돼 올해 4회차를 맞이했다.

LH는 도시지역 거주민이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편리하게 이주할 수 있도록 주거(농촌형 임대주택), 일자리, 생활 편의시설(생활SOC)이 결합된 형태의 소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교육청은 학교 시설을 개선해 현대화하고, 도시학교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뮤지컬·연극, 현악기, 골프, 영어회화 등)을 도입한다. 지자체는 일자리 연계, 입주민 융합프로그램을 운영해 폐교 위기의 학교 살리기와 귀농·귀촌 수요를 연계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교생 10명으로 존폐위기에 있던 경남 함양군 서하초등학교 살리기에서 비롯됐다. 지역맞춤 특성화 교육과 함께 전학 가구 이주를 위한 주택제공, 일자리 알선, 문화⸱체육⸱복지 서비스 등이 함께 논의됐다. 이를 위해 LH는 시세보다 30~40% 저렴한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청년창업 플랫폼, 스마트팜,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144명의 학생이 지원했고, 선발과정을 거쳐 15명의 학생이 전학했다. 현재 서하초등학교 학생수는 25명으로 증가했고, 학교가 소재한 마을로 36명이 이주했다.

지난 3월과 4월에는 2022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의령군 화정초와 거창군 북상초의 준공식이 진행됐다. 해당 사업이 시작된 서하초를 비롯해 지금까지 6개 학교 인근 임대주택 64가구에 대한 공급을 완료했으며, 고성군 삼산초 인근 임대주택 10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작은 학교살리기 사업으로 251명이 새로 전입해 호당 3.9명의 인구유입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의령군 대의초는 2021년 공모에 선정돼 학교 인근 임대주택으로 이듬해 3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며, 총 8가구 31명이 이주했다. 박해순 의령군 대의초 교장은 "사업 전에는 학생수가 16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8명으로 늘었다"며 "한 명의 학생이 소중한 시골학교에서 학생과 마을주민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임대주택으로 입주한 거창군 북상초의 학부모는 "임대주택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이웃과 가까워지고 소통할 수 있어 아이 정서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열 LH 경남지역본부장은 "새로운 인구 유입으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의 염원에 부응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지자체, 교육청, 공공기관과 협업해 인구감소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생활거점시설을 조성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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