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사 이끈 고형곤 검사장 답글 "나를 탄핵하라!"

입력
2024.07.04 09:47
수정
2024.07.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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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 검찰 깃발.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 검찰 깃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엄희준·박상용)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를 지낸 고형곤 수원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제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인사 전까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사건에서 엄희준·강백신·김영철 검사를 지휘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 검사장은 전날 오후 7시쯤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민주당의 검사 탄핵을 정면 비판했다. 전임 서울중앙지검장인 송경호 부산고검장이 "2년간 중앙지검장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하라"며 올린 게시글에 대한 답글 형태였다.

고 검사장은 "특정 사건을 담당했다는 이유로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된다는 현실이 너무 충격적이고 참담할 뿐"이라는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은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 실체적 진실을 밝혔을 뿐, 그 과정에서 어떤 위법적 사항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탄핵소추 대상이 된 검사 4명의 탄핵 사유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이번 인사 직전까지 이 전 대표 사건을 수사하거나 지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 검사장은 이번 탄핵을 '위법 탄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악의적이고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구실들을 갖다 붙여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쓴소리했다. 그러면서 "명백히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 탄핵이고 국회의원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고 검사장은 책임은 수사 실무를 담당한 부장검사들이 아닌, 이를 '차장검사'로서 지휘한 자신이 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수사 실무자들을 상대로 탄핵안을 발의한 것은 민주당을 수사하면 어떤 구실로도 탄핵안이 발의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자신들에 대한 수사 등을 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겁박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정말 수사과정에 위법사항이 있었다면 그 수사를 책임지고 지휘한 그 지휘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지, 실무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것은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고 검사장은 지난 2022년 5월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로 임명된 뒤,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등의 수사를 지휘했다. 지난해 9월엔 '백현동 사건' '위증교사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묶어 이 전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2일 이원석 검찰총장의 기자회견 요지를 정리한 검찰 내부망(이프로스) 게시글에 공감하는 댓글 240여 개가 달렸다. 이 총장은 탄핵소추안 발의 한 시간 만에 "이재명 방탄 탄핵"이라며 부당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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