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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반전과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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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남미 볼리비아에서 ‘3시간 천하’로 끝난 군부 쿠데타의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이 흥미롭다. 대통령이 사주한 자작극일 경우 유치한 위기돌파용 정치 신파극이란 얘기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합참의장 출신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 측 군 일부가 오후 3시쯤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워 수도 라파스 무리요광장 앞 대통령궁 진입을 시도했다. 중무장한 군병력이 정부 청사,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광장을 장악한 것이다. 그러자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로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파업선언 등 시민반발에 밀려 수니가 장군은 철수했고, 오후 6시쯤 궁정 발코니에 나타난 대통령은 “국민께 감사하다.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쳤다.
□ 수니가 장군은 체포 직전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내게 ‘상황이 엉망이고 위태롭다. 인기를 끌어올릴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며 청사 습격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장갑차를 동원해야 하냐”고 묻자 “꺼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진상규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계획된 정치행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과 내각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던 점, 통신시설을 차단하지 않았고 군대 움직임을 생중계하도록 한 결정도 의심을 사고 있다.
□ 과거 소련에선 쿠데타에 저항한 특정 인물에게 대중적 인기가 쏠렸다. 1991년 8월 공산당 보수파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실각시키려 쿠데타를 일으켰다. 고르바초프는 여름휴가 중 별장에 감금됐다. 반란세력은 국가비상사태위원회를 결성해 권력을 장악하려 했다. 이때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전국적 지지를 얻은 반쿠데타 시위를 주도했고 쿠데타는 명분을 잃었다.
□ 튀르키예에선 2016년 쿠데타가 국민저항으로 6시간 만에 진압됐다. 핵심시설이 쿠데타 군에 장악됐지만 에르도안 대통령 측은 휴대전화 영상통화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자들을 신속히 거리로 끌어냈다. 상황이 종료된 뒤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해 독재권력만 강화된 아이러니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국은 문민정부의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 척결’로 30년 이상 상수였던 ‘군의 정치개입’을 단숨에 끝장냈다. 국민 대부분은 더 이상 쿠데타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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