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등장한 필리버스터...與 안간힘에도 거부권 행사 수순

입력
2024.07.03 19:30
수정
2024.07.03 21: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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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정다빈 기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정다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채 상병 특별검사법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3일 오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21대 국회 때인 2022년 4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한 필리버스터 이후 2년 만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곧장 강제 종결 수순을 밟으면서 '법안 통과→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재표결'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전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 첫 안건으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올렸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첫 주자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나섰다.

유 의원이 단상에 오르자마자 여야는 기싸움을 벌였다. 유 의원이 국회의장 인사를 생략한 채 회의장 방향으로만 고개를 숙이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저한테 인사 안 하시나요"라고 했다. 그러자 유 의원이 "인사받으실 만큼 행동만 하면 인사하겠다"고 응수했고,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우 의장과 설전 끝에 오후 3시 39분 단상 앞에 선 유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이야말로 오로지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특검법의 '특검 추천권'을 두고 "입맛에 맞는 수사결과를 내도록 설계한 것"이라며 위헌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립적이고 공정한 사람이 특검으로 임명될 수 있는 절차가 보장돼야 하고,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이 "이 사건의 기초 조사부터 현재 수사 단계까지 외압이나 방해라고 볼 만한 실력 행사가 없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유 의원은 "공부 좀 하세요"라고 맞받으며 설전을 벌인 것이다.

유 의원은 4시간 16분에 걸친 발언을 끝내고 7시 55분쯤 단상을 내려왔다. 이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약 50분 간의 토론을 마치자, 8시 45분쯤 두 번째 여당 주자로 주진우 의원이 연단에 올라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주 의원은 "애국심과 공명심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박정훈 대령의 수사는 애국이 아니라 국가 수사기관의 폭력이 될 수 있다"며 박 대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필리버스터 시작 6분 만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을 제출하면서 무력화에 나섰다. 국회법상 종결 동의 안건은 제출 후 24시간 뒤 표결해야 한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된다. 전체 300석 중 175석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이 뭉치면 국민의힘이 주도한 필리버스터는 4일 오후 종료될 수 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강제종료 직후 ,채 상병 특검법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특검법이 4일 국회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보름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면 국회에서 재투표가 이뤄진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감안해 채 상병 사망 1주기인 19일 전까지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김민순 기자
박선윤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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