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후 풀액셀"? '시청역 사고' 루머에 경찰 "사실무근"

입력
2024.07.03 10:33
수정
2024.07.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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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서부터 싸워... CCTV 찍혀"
블라인드 댓글 온라인에서 확산
경찰 "확인되지 않은 내용" 일축
원인 규명 위해 정밀 감정 의뢰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 국화가 놓여 있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 뉴스1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 국화가 놓여 있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병원 이송 도중 숨졌다. 뉴스1

서울 도심에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원인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일파만파 퍼졌다. 경찰은 '사실무근'이라며 억측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온라인서 정보 확산... 경찰, 사실 부인

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원인이 부부싸움 이후 홧김에 누른 가속 페달이었다는 확인 안 된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측 자제를 당부했다. 블라인드 캡처

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원인이 부부싸움 이후 홧김에 누른 가속 페달이었다는 확인 안 된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측 자제를 당부했다. 블라인드 캡처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차량 사고가 가해자 차모(68)씨의 부부싸움에서 비롯됐다는 루머가 확산됐다. 온라인에는 "시청 사고 원인은 음주도 급발진도 아니다"라며 "호텔 입구에서부터 부부가 싸우더니 다 같이 죽자고 하는 내용이 블랙박스에 그대로 녹음됐고, '풀액셀'을 밟았다"고 적힌 글이 떠돌았다. 운전자가 싸움하다 홧김에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는 것이다.

해당 글이 사실이라며 뒷받침하는 주장까지 나왔다. 차씨 부부는 사고 당일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아내 친오빠의 칠순잔치에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소속을 인증한 해당 호텔 직원이 댓글로 "부부싸움으로 인해 홧김에 가속 페달을 밟은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씨 부부가) 호텔에서부터 싸웠고, 이 장면이 호텔 폐쇄회로(CC)TV에도 고스란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경찰도 CCTV를 가져갔다"고 덧붙였다. 현재 댓글은 삭제됐지만 여전히 온라인상에는 이를 캡처한 게시물이 돌아다니고 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6시쯤 이 내용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자료를 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시청 교차로 교통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해 사실 왜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경찰, 국과수에 정밀 감정 의뢰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가 발생한 1일 경찰 등 관계자들이 역주행 제네시스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가 발생한 1일 경찰 등 관계자들이 역주행 제네시스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경찰은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차량의 블랙박스, 호텔 등 인근 상점으로부터 CCTV 영상을 입수했고, 동승자 등 사건 관계인의 진술을 받았다"며 "신속하게 조사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차씨는 1일 오후 9시 26분쯤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뒤 급가속해 일방통행로를 과속으로 역주행했다. 차씨의 제네시스 차량은 200m가량 역주행하면서 차량 2대를 들이받은 뒤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했다. 이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고 이로 인해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차씨는 경기 안산시 소재의 한 버스회사에 소속된 40년 운전 경력의 시내버스 기사로, 이 회사에서 일한 1년 4개월 동안 다른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 당시 경찰이 현장에서 차씨에 대한 음주 검사와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차씨는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사고로 갈비뼈 등을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급발진은 피의자가 주장하는 내용으로, 경찰이 관련 진술을 확보한 바는 없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차량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 착수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았는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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