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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사고' 제네시스, 충돌방지 시스템 작동 안 한 이유는

입력
2024.07.03 13:00
수정
2024.07.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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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차량은 2세대 G80
FCA 시스템 없었거나
극단 주행에 기능 해제

60대 운전자가 서울 시청 교차로 인근을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한 1일 경찰 등 관계자들이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 모델을 조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60대 운전자가 서울 시청 교차로 인근을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한 1일 경찰 등 관계자들이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 모델을 조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벌어진 역주행 돌진사고 당시 가해 차량의 주행 안전장치가 제 기능을 했는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차량이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라는 점에서 전방 충돌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장착됐을 가능성이 있고, 행인과 충돌 직전 작동했다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3일 언론 등에 공개된 사고 당일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과 사진을 보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A(68)씨가 몰았던 차량은 현대차 제네시스 G80모델로, 2018년식으로 추정된다. G80은 2008년부터 생산된 준대형 고급 세단이다. 현재 기준으로 차값이 5,80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고가 차량인 만큼 각종 편의·안전장치가 탑재돼 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Forward Collision-Avoidance Assist·FCA) 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FCA는 주행 도중 전방의 거리감지 센서(레이더와 카메라)에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가 가까이 있다고 인식될 경우 차량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브레이크에 제동을 거는 기술을 말한다. 제네시스뿐만 아니라 고급 수입차에도 이 기능이 장착되는 경우가 많다.

'시청역 역주행 돌진사고'의 가해자가 운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8년식 제네시스 G80 모델. 현대자동차 제공

'시청역 역주행 돌진사고'의 가해자가 운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8년식 제네시스 G80 모델. 현대자동차 제공

이 때문에 사고 당일 A씨 차량의 FCA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면 사고를 막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A씨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쪽에서 시청역 방향으로 역주행을 하다 인도 위로 돌진하면서 현장에 있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어 다른 차량들과도 추돌 끝에 멈췄다. 현재까지 A씨 차량이 충돌 직전 멈춘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우선 A씨 차량에 FCA 시스템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A씨의 G80은 2세대(2013~2020년 생산) 모델에 속하는데, 2018년식에는 FCA가 출고 때 기본 사양으로 들어가 있지 않았다. 구매자가 가격이 더 비싼 상위 옵션사양을 선택해야 FCA가 장착된 차량을 받을 수 있었다. A씨 차량에 대한 구체적인 제원은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제네시스 G80 사용설명서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기능에 대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과하게 밟거나 스티어링 휠을 급격하게 꺾는 경우 브레이크 제어가 해제된다고 명시돼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제네시스 G80 사용설명서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기능에 대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과하게 밟거나 스티어링 휠을 급격하게 꺾는 경우 브레이크 제어가 해제된다고 명시돼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설령 FCA 시스템이 있었더라도 운행 조건에 따라 기능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2세대 G80 모델의 사용자 설명서를 보면, 제조사는 FCA 기능을 두고 "브레이크 제어 기능은 차량을 완전히 자동제동시키거나 충돌을 자동회피하지 않는다"며 "차량 안전 및 통제는 운전자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과하게 밟거나 △운전대(스티어링 휠)를 급격히 꺾는 경우 브레이크 제어가 해제된다는 것이다. A씨 차량도 사고 때 빠른 속도로 주행하다 갑자기 인도 방향으로 핸들이 꺾였다.

급발진 주장에 현대차 "별도 입장 없다"

경기 안산의 버스회사에서 근무했던 A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 "차량이 급발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측은 "경찰에서 수사 중인 형사사건을 두고 현재로선 회사의 입장을 밝힐 게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가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분석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EDR 분석에는 통상 1∼2개월이 소요된다.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 가운데 현재까지 국과수가 인정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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