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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시즌'에 딴짓하는 전국재해구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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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자 행정안전부와 지자체 재난업무 담당자들이 눈에 띄게 바빠졌다. 긴급 대책회의가 연이어 열리고, 집중호우 대비에 만전을 기하라는 단체장들의 지시가 쏟아지는 탓이다.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상황도 속출한다. 그래도 원망은 없다. ‘이게 내 일이고 또 지금이 한철’이라는 생각에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여 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로부터 받은 공문을 떠올리면 이들의 가슴은 답답해진다. 이재민에게 지원되는 응급구호세트 등 재해구호물자 제작과 보관 업무를 맡은 구호협회가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문서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그 후 행안부에서도 ‘앞으로는 구호품을 직접 제작, 보관해야 할 수도 있다’는 연락이 왔다”며 “본업에서 손을 놓겠다는 구호협회도, 협회에 끌려다니는 행안부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혀를 찼다.
협회는 그 일에서 손을 떼는 이유로 “협회의 사정으로…”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 사정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협회 안팎에선 작년 말 정부의 감독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재해구호법개정안 통과, 그에 따른 감사를 피하기 위해 추진했던 전국재해구호협회 해산 및 민간 모금기관화 추진이 거론된다. 민간단체로 가기 위해, 법정단체로서 맡았던 협회 업무 정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협회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다. 재해구호법은 구호세트 제작 및 재해구호물자의 관리ㆍ공급, 구호물자 보관창고의 설치ㆍ운영 및 관리 등의 업무를 협회에 부여하고 있다. 협회는 20년 이상 이 업무를 독점적으로 맡아 왔다. 정부가 이를 위해 예산을 들여 보관창고를 지어주기도 했다.
최근 협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협회가 재해구호에 관심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새 사무총장으로 채용 비리 정황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 사무총장의 지인을 앉히고, 지난달 말 이사회는 상근 임원 2명에 '상임' 임원 2명을 꼼수로 앉혀 임원 수를 현재보다 배 이상 많은 4명으로 늘렸다. 훨씬 큰 조직임에도 사무총장 외 상근 임원을 두지 않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와 대조적이다. 협회가 조직을 슬림화한다며 전체 직원 절반에 가까운 17명을 부분휴업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휴직시킨 것과는 모순이다.
성금을 내는 국민과 기업들, 비상근무에 돌입한 재난 공무원들의 근심이 느는 것은 장맛비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들은 협회가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정민승 전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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