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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미룰 수 없는 ‘선택의 시간’.. 고양이 치아흡수성병변, 수술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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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7세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입니다. 2년 전 건강검진 과정에서 치아흡수성병변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심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통증 반응도 없어서 당장 발치할 필요성은 없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발치를 진행하지 않은 대신 2년 동안 양치를 해주면서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양치를 시도하려고 하면 거부 반응을 보일 때가 있고, 건사료를 씹다가 뱉는 행동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미 진단을 한번 받은 적이 있어서 혹시나 통증 반응인가 싶습니다. 제가 제대로 본 게 맞는 걸까요? 만일 통증 반응이 맞는다면 보통 동물병원에서는 어떻게 하나요? 바로 발치 수술을 권유하나요? 아니면 통증 조절을 하면서 지켜볼 수도 있는 걸까요? 발치는 마취한 김에 전발치를 하는 것도 고려하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치아흡수성병변에 이런 선택을 하기도 하는 건가요? 어쩌면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은 아닐까 싶어 질문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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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오늘은 치아흡수성 병변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고양이의 집사님이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혹시 우리 아이가 이빨 때문에 많이 아파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클 것 같습니다.
고양이 치아흡수성병변(Feline Odontoclastic Resorptive Lesion· FORL)은 연구에 따라 전체 고양이의 30% 정도에서 발생할 만큼 고양이에게 흔한 질환입니다. 이 질환이 있을 때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는 것이 이제는 집사들에게 상식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집사 마음에는 고양이 치아를 뽑지 않고 보존해 주고 싶은 마음도 클 겁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과연 우리 고양이가 FORL 때문에 정말로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지, 꼭 발치가 필요한지, 발치 이외에 가능한 관리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FORL은 치아가 녹는 만큼 매 고통스러운 질환으로 분류되어 있고, 이는 많은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통증을 매우 잘 숨기는 동물인데다가 표정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집사가 고양이의 통증을 알아차리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진정을 한 상태로 치과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해당 치아를 건드리면 채터링과 유사한 반응(Chatter response)을 보여서, 고양이가 치아에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이 진정된 뒤에야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통증이 너무 심해지는 경우에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지만 잘 먹지 못한다던가, 음식을 삼키지 않고 삼키거나, 부드러운 음식만 먹으려 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혈액이나 거품 섞인 침이 입에 고여 있거나, 쩝쩝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고양이가 치아로 인해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아플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정도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FORL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FORL은 정도에 따라 위의 그림처럼 5단계로 나누어지는데요. 탐침 검사(침으로 치주 깊이를 측정하는 검사) 및 치과 방사선 등의 방법을 통해 치아가 녹은 정도를 통해 평가하게 됩니다. 이런 검사를 통해 치아가 일정 범위 이상 녹았다고 판단되면, 발치는 피할 수 없습니다. 옛말에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녹고 있는 치아는 심각한 통증을 야기하기 때문에 발치를 해주어야만 오히려 고양이의 통증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녹고 있는 치아는 인접한 다른 치아나 치조골에 구조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 치아를 뽑아주어야만 주변 치아 조직까지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FORL은 상악 8번, 하악 7,9번 치아에 다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주 경미한 경우에는 영향을 받은 크라운 부분만 절삭(Crown amputation)하거나 영향을 받은 치아만 발치할 수도 있습니다.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치아가 흡수되는 과정에서 자가면역반응이 작용하는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되기 때문에, 면역반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치태 등을 잘 관리하는 것, 즉, 양치질을 잘 해주고 주기적으로 스케일링을 시켜주는 것이 발치 후 관리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이 때 항균 성분이 들어있는 치약 등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치아가 지속적으로 녹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알렌드로네이트(alendronate)와 같은 약물을 투약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파골 세포의 작용을 줄여 추가적으로 녹는 치아가 발생하는 것을 지연시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약물의 사용은 발치 이후 새로운 병변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지, 이미 녹은 치아에 대한 이런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치아가 용해되는 과정을 더디게 만들어 도리어 고양이의 통증을 배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약물 사용 전에는 체내 칼슘, 인 농도 및 신장, 간 등을 평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몇 개의 치아만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였어도 실제 치과 방사선 촬영을 해 보면 전반적인 치아가 녹아있는 경우들도 제법 많은데요. 이럴 때에는 겉보기 문제가 되는 치아만 발치해서는 안되고, 전발치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치아 흡수성 병소가 발현하거나, 특히 만성 구내염이 심한 경우 전발치가 고려됩니다. 고양이 구내염의 흔한 원인으로 림프구 형질구성 치은염(lymphocytic-plasmocytic gingivitis stomatitis: LPGS)을 꼽을 수 있는데, 질환의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역시 치태 등에 대한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이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초기 어린 연령의 구내염의 경우 치아 위생관리 및 적절한 면역 조절 요법으로 질환을 조절해 볼 수 있지만, 상당수는 약물로 구내염이 조절되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이런 만성 구내염의 경우 적절한 발치를 해주어야만 염증이 제대로 조절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나치게 오랜 기간 동안 증상이 진행되어 왔거나, 장기간 스테로이드에 노출되는 경우 전발치 이후에도 효과가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발치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증상이 만성화되지 않고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는 송곳니 이후의 어금니 전 발치만을 통해서도 증상을 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발치를 결정하면 치아의 일부를 보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미 증상이 만성화되고 심각한 경우에는 절치(앞니)와 송곳니 모두 발치해야 염증이 조절될 수 있습니다.
FORL은 고양이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굉장한 통증을 야기하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말 하지 못하는 고양이의 마음을 집사님이 잘 헤아려주셔서 고양이가 아프지 않고 편안한 날들을 보냈으면 합니다. 오늘 설명드린 내용이 집사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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