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역 사고 목격자·전문가 "급발진 아닌 듯... 200m 역주행"

입력
2024.07.02 11:30
수정
2024.07.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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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난간 파손… 속도 보통 아닌 듯"
염건웅 교수 "급발진 차, 속도 줄지 않아"
"급발진 시 가속한 뒤 구조물 받고 서"

서울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인도로 차량이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원인이 급발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목격자와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가해 운전자 측은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직접 목격한 사고 상황을 전했다. "쾅하는 굉음이 들려서 창밖을 내다봤는데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고 현장이 너무 끔찍해서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정도"라고 떠올렸다.

A씨는 "나중에 보니 차가 가드레일 있는 쪽에서 30~40m 밖에 서 있었는데, 가드레일을 뚫고 횡단보도에 있는 사람들을 친 것 같았다"며 "오후 9시 30분이면 직장에서 늦게 나온 사람, 식당에서 야식 또는 간단하게 술 한잔 마시고 퇴근하는 분들이라 (거기에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목격자, "난간 4개 이상 파손, 속도 보통 아냐"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해차량이 일방통행 도로에서 200m가량을 역주행했고,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발진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급발진인 경우는 브레이크가 안 들고 그냥 직진을 한다는 소리인데, 역주행해서 가드레일을 뚫고 횡단보도 쪽으로 와 버렸는데 어떻게 거기까지 됐을까"라며 "200m 이상 역주행 했을 텐데, 거기서 반대로 올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난간이 엄청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4개 이상이 파손될 정도로 밀쳐서 들어왔는데 속도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난간이 완전히 부서지고 가게 앞 오토바이까지도 그냥 밀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1일 밤 역주행 차량에 치여 9명이 숨진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오전 중구청 관계자들이 현장의 인도를 청소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1일 밤 역주행 차량에 치여 9명이 숨진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오전 중구청 관계자들이 현장의 인도를 청소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염건웅 교수 "운전자 실수로 당황한 것이 원인일 수도"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같은 라디오에서 가해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서서히 멈추는 장면에 주목했다. 염 교수는 "급발진은 급가속이 이뤄지고, 구조물을 추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며 "보통 급발진 차량들은 차량의 전자장치 이상으로 인해 가속이 붙는데, 차량이 정상화돼 속도가 준다든지 차량을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전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 차량이 속도를 서서히 낮춰서 정확하게 정지했던 영상을 봤는데, 급발진이면 브레이크가 밟아지지 않기 때문에 제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차량, 보행자를 피하려고 하다 보면 결국 어떤 구조물에 받혀서 속도가 멈추게 되는데, 급발진이었다고 가정하면 차량이 더 가속하고 나가다가 어떤 구조물에 (받혀서) 서지 않았을까 추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염 교수는 운전 실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역주행으로 진입해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당황한 상태에서 과속을 더 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운전자의 실수에 의한 당황, 또 그것에 의해서 제어할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일보 취재를 통해 가해자가 경력이 많은 버스 운전기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운전이 미숙한 고령자의 실수' 등 추측만으로 빠르게 사고 원인을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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