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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황수미 "더 큰 무대에 서기보다 기쁨 주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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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들어 본 사람은 있을지 모르지만 한번 들으면 계속 찾아서 듣게 되실 거예요. 좋은 작품을 연주하는 자리에 동참해 기쁩니다."
소프라노 황수미(38)는 진은숙 작곡가의 '퍼즐과 게임 모음곡' 연주를 앞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 출연한다. 현대음악 저변 확대를 위해 최수열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서울시국악관현악단 수석객원지휘자, TIMF앙상블과 함께 꾸리는 무대다. 황수미가 협연하는 '퍼즐과 게임 모음곡' 외에 헬무트 라헨만의 '구에로', 진은숙의 '구갈론-거리극의 장면들'이 연주된다.
현대음악은 불규칙한 박자와 복잡한 조성으로 청중과 불통하는 예술로 여겨지곤 한다. 1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황수미는 "지금 익숙하게 듣는 베토벤, 슈만, 슈베르트도 당대에는 생소한 음악이었을 텐데 누군가 연주를 시도하고 청중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계속 연주되고 있는 것"이라며 "생존 작곡가의 작품을 작곡가 의도대로 전달하는 것도 연주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진은숙의 첫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발췌한 '퍼즐과 게임 모음곡'은 발성과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황수미와 어울린다. 2018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TIMF앙상블과 이 곡을 국내 초연했고, 2022년 발매된 TIMF앙상블의 '코리안 컴포저스' 음반에 수록된 같은 곡 녹음에도 참여했다. 황수미는 "음원을 들으신 진은숙 선생님께서 계속 연주해도 좋다고 하셨다"고 웃으며 말했다.
2014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하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지 10년. 그사이 독일 본 극장과 비스바덴 헤센 주립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러 화제가 됐다.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는 황수미에 대해 "개막식의 확실한 스타"라고 평가했다.
2022년부터 경희대 음대 조교수로 출강하면서 최근엔 국내 활동이 늘었다. 다음 달 창단 30주년을 맞은 세종솔로이스츠가 여는 '힉엣눙크! 페스티벌'의 협연자로 무대에 서고, 11월엔 서울시오페라단 '라 보엠'의 미미를 연기한다.
더 큰 세계 무대로의 도약을 꿈꿔온 황수미는 지금은 장르와 레퍼토리를 넓히며 다양한 음악을 청중에게 전하는 쓰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많은 해외 공연과 오디션 일정이 취소되면서 연주자이자 인간으로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음악에 더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됐다. 그는 "특정 오페라 극장에 서고 싶다는 꿈을 품기도 했지만 요즘은 내 노래를 좋게 들어주는 곳에서 진심으로 노래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지 자주 생각한다"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깨우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준비가 아직 안 됐다고 생각해 거절한 '라 트라비아타'나 '나비부인'을 언젠가는 제 레퍼토리로 소화하고 싶어요. 제 욕심으로 무대에 서기보다 청중에게 기쁨의 순간, 감동의 순간을 선사하는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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