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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니는 배우자 월급으로 적자 메워"... 자영업 연체 '역대 최대'

입력
2024.07.01 17: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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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연체 10.8조, 연체율 1.66%
가계대출 포함 총 잔액도 최대치 경신
1~5월 지역신보 대위변제 1억 원 넘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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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9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A씨는 하루하루 조여 오는 대출 연체 공포에 시름이 깊다. 1, 2년 새 원리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영업이 제한됐던 코로나19 기간 월세 등 고정비용을 충당하느라 받은 소상공인 정책자금의 거치기간이 끝난 게 결정적이었다.

코로나19만 버티면 평균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숨 돌릴 틈 없이 고금리·고물가 충격이 몰아닥쳤다. 원두, 설탕 등 원재료 가격과 이자 비용은 치솟는데, ‘런치플레이션’ 여파로 인근 회사원 손님의 카페 발길이 뚝 끊겨버린 것이다. A씨는 “코로나 때 매출이 이전의 60%였다면 지금은 그보다 못한 50% 수준”이라며 “두 달에 한 번은 적자라 회사에 다니는 배우자 월급과 보너스로 겨우 메우고 있다. 나는 ‘예비 연체자’”라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물가와 금리 고공행진으로 소비자 지갑이 굳게 닫히면서 자영업자가 갚지 못한 사업자대출 원리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연체율도 계속 오르는 추세라 부실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10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말 8조4,000억 원에서 석 달 만에 2조4,000억 원이나 늘어 2009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연체 규모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체율은 직전 분기 1.3%에서 올해 1분기 1.66%로 0.36%포인트 뛰었다. 이는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2022년 3분기(0.53%)부터 7분기째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분기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 및 연체율 추이. 그래픽=이지원 기자

분기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 및 연체율 추이. 그래픽=이지원 기자

가계대출까지 포함해 자영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금융권 대출 잔액도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대출자 약 100만 명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전체 금융권 대출 규모를 시산했다. 그 결과, 자영업자 대출은 3월 말 기준 1,055조9,000억 원(사업자대출 702조7,000억 원+가계대출 353조2,000억 원)으로 전분기(1,053조2,000억 원)보다 2조7,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경영 상황 악화로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이 대신 변제한 은행 빚도 늘어 1조 원을 돌파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지역신보 대위변제액은 1조29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1%나 늘었다. 대위변제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때 지역신보가 보증한 비율만큼 대신 갚아주는 것인데, 2022년 5,000억 원대에서 지난해 1조7,126억 원으로 세 배 넘게 폭증한 뒤 올해도 규모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

한은도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금융당국을 향해 “매출 부진 장기화 등으로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 및 자영업 대출자의 소득 및 이자 상환 부담 등 재무건전성 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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