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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갈 바엔 죽겠다" 병역 거부 하레디, 예루살렘서 폭력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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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정장에 중절모를 쓴 남성 수만 명이 집결했다. 손에 든 팻말에는 "군대에 가느니 죽겠다", "한 명의 남성도 끌려갈 수는 없다"가 적혔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진행된 초정통파 유대교도인 '하레디'의 "징집 반대" 거리 행진은 단숨에 폭력 시위로 번졌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하레디 수만 명은 예루살렘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이스라엘 대법원이 "하레디 예시바(종교학교) 학생들도 징병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군 복무를 면제해 온 76년간의 '특혜'에 종지부를 찍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27일에도 이스라엘 중부 고속도로를 2시간가량 점거하며 관련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대는 해산을 명령하는 경찰에 거칠게 저항했다. "군대에 갈 바엔 감옥에 가겠다"고 소리쳤다. 거리에서 불을 지르는가 하면, 유대교 초정통파 계열 정당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의 이츠하크 골드노프 대표가 탄 차량에 돌을 던지기도 했다. 시위는 이날 밤까지 이어졌고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대치했다. 시위대가 던진 물건에 이스라엘 경찰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TOI는 전했다. 경찰은 폭행 혐의로 시위대 중 5명을 체포했다.
이스라엘은 군 복무가 의무지만, 전통적 유대교 율법 연구를 최대 소명으로 여기는 하레디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초기부터 병역을 면제받았다. 하레디는 세속주의 문명을 거부하며 유대교 경전 '토라' 읽기를 본업으로 삼는다. 직업을 갖는 등 경제 활동도 하지 않는다. 하레디는 군 복무를 하게 되면 오랜 세대를 거쳐 온 자신들의 삶의 방식이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선 하레디의 병역 면제를 지속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특히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 전쟁에서 전사한 이스라엘군이 6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형평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가자 전쟁으로 군 복무 기간 연장까지 추진되는 가운데 규모가 적지도 않은 하레디의 군 면제는 특혜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레디는 이스라엘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약 12%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징병 대상자는 현재 6만3,000명 정도다.
하레디 징집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사면초가에 몰렸다. 샤스당과 UTJ 등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을 떠받치는 한 축이기 때문이다. 이들 정당은 하레디 병역 면제 혜택이 없어지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AP는 "네타냐후 연정의 핵심 구성원인 초정통파 정당은 연정을 탈퇴해 재선거를 감행할 수도 있다"며 "이는 가뜩이나 연정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네타냐후에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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