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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에 재현된 신공항… "휴대폰 하나로 벽 뒤를 본다"

입력
2024.07.27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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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배 한국공항공사 디지털트윈사업부장
"건설은 설계·시공만? IT 접목하면 시간·비용 30% 줄여"
'BIM' 기술 활용해 공항 건설·운영서 성과

문순배 한국공항공사 신공항추진단 디지털트윈사업부 부장. 한국공항공사 제공

문순배 한국공항공사 신공항추진단 디지털트윈사업부 부장. 한국공항공사 제공

"건설 분야는 전통적으로 설계와 시공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뉘었지만 이제는 여기에 건설정보를 관리하는 IT 영역이 더해졌습니다. 이 분야에서 일하기를 꿈꾼다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외에 IT 전문가라는 제3의 길도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문순배(41) 한국공항공사 신공항추진단 디지털트윈사업부 부장은 최근 몸이 서너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2026년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 건설 사업에 참여 중인 그는 부산을 수시로 오가며 2030년 개항이 목표인 가덕도 신공항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공항과 국가철도공단·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내외 기관들로부터 쏟아지는 컨설팅과 벤치마킹 요청에도 응하고 있다. 건설정보모델링(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디지털 트윈 전문가인 그는 '빔(BIM)' 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와 자문회의 단골 초청자이기도 하다.

빔은 2차원이 아닌 3차원 도면에 공정, 공사비, 재원 등의 건설 정보를 집어넣어 활용하는 기술이다. 기획부터 설계·시공·유지 관리까지 시설물의 전 생애주기 과정에서 생산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공사나 시설물 운영에서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통상 빔 기술을 적용하면 설계와 시공 변경·오류를 최소화해 공사 기간과 비용을 10~30%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설계 단계부터 빔 기술을 적용한 울릉공항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 오류 30여 건을 사전 발견해 바로잡았다. 현재 해외 신공항 건설 사업에선 빔 기술 적용을 기본사항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2030년부터 공공 공사에 빔 적용을 전면 의무화할 예정이다.

빔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트윈은 현실에 있는 시설물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재현한 복제물을 말한다. 이 복제물에는 실제 시설물의 실시간 상태까지 반영돼 '진짜'와 다름없다. 문 부장은 "2020년부터 김포·제주공항 등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 중"이라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시설물 운영 단계에서 비용·안전 문제없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종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천장이나 벽 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등 재난 상황에서도 보다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건축학과에 입학해 처음 빔을 접한 문 부장은 연구비를 지원해주겠다는 교수 권유를 받고 빔 전문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당시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막노동을 하면서 학비를 벌 때였다. 문 부장은 "빔은 돈이 많이 드는 건축이나 설계 전공과 달리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실무와 연구가 가능해 쉽게 푹 빠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건설회사에서 빔 업무를 담당한 그는 2017년 한국공항공사로 이직해 공항 건설·운영에 빔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2020년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공항 분야에서 빔 정보 관리 국제표준규격(ISO 19650)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5월에는 디지털 트윈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술로 특허도 취득했다.

다음 목표는 빔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결합한 한국공항공사의 자체 기술을 다른 분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문 부장은 "이미 LH 등과 함께 철도·주택 등 다른 분야에 적용 가능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향후에는 항공산업을 이끌 도심항공교통(UAM) 등 분야에서도 빔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여객터미널(아래)과 빔(BIM)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 모델(위). 한국공항공사 제공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여객터미널(아래)과 빔(BIM)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 모델(위). 한국공항공사 제공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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