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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대책, 본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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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은,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저고위 전체회의에서 정책 추진 방향을 설정한 이후 처음 나온 구체적 대책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저출생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다만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든 이를 비평하는 전문가 그룹이든 염두에 둘 것은,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를 3대 지원 분야로 삼은 이번 대책은 저출생 정책의 본론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회의 당일 윤 대통령 발언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저출생 문제는 수도권 집중, 높은 불안과 경쟁 압력 등 사회 구조적·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3대 핵심 분야에만 집중한다고 해결될 수 없는 난제다."
이번 대책 자체도 백화점식 나열 수준은 넘어섰지만 정책 수혜 범위가 여전히 한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3대 분야 중에서도 일·가정 양립 지원에 특히 집중한 터라,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직장에 다니는 기혼자라야 아이를 낳아 볼 마음을 먹는 정도의 효과에 그치기 쉽다는 것. 저런 번듯한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그래서 결혼할 형편이 안 되는 청년들에게는 남의 일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
대책 마련을 진두지휘한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는 비혼 출산율이 워낙 낮은 터라 정책이 당장 효과를 내려면 기혼자 출산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혼인율 하락, 초혼 연령 상승 등 저출생에 선행하는 현상에 대한 대응과 함께 가야만 한다. 어쨌든 결혼할 마음이 동해야 대책도 통할 것 아닌가. 이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요인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보다 심층적 구조를 개선하는 정책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최근 인구정책 연구에서 주목받는 '코호트(cohort·집단) 출산율'은 사회구조적 저출생 대책의 시급성을 일깨운다. 현재 출산율 지표로 가장 널리 통용되는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인데, 해당 시점의 여성 연령별 출생아 수를 합해서 구한다. 일테면 지금 25세인 여성은 10년 뒤 지금의 35세 여성만큼 자녀를 낳을 거라는 가정이 깔린 건데, 세대별로 사회경제적 환경과 가치관이 다른 만큼 비현실적인 가정이라는 게 코호트 출산율을 중시하는 이들의 지적이다. 물론 같은 연령 집단 여성들이 실제로 자녀를 얼마나 낳을지는 출산기가 끝나야 알 수 있지만, 연령별 출산율 추이를 분석해 후세대 출산율을 가늠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
학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2020년 논문은, 코호트 출산율 하락이 최근에는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늘어난 데 기인한 바가 크다며 우리 사회에 팽배한 비혼화 현상과 결부해 분석한다. 향후 저출생 흐름이 합계출산율 하락 추세 이상으로 악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겠다. 저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 논문에서 희망을 느낀 대목은 동유럽 국가의 출산율 반등 사례다. 1991년 소련 해체로 촉발된 혼란기에 하락했던 동구권 출산율이 2000년대 들어 회복됐는데 이는 사회를 휘감던 불안이 어느 정도 걷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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