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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장 개인 통장에 수천만원 입금"… 대한드론축구협회 리베이트 의혹

입력
2024.06.26 16:23
수정
2024.06.26 18:09

개인 계좌로 3,100만원 빼돌려
전주시, 뒤늦게 진상 조사 착수
논란 일자 사무국장 업체에 압박
시 "위법 발견되면 고발 조치"

전주드론축구장에서 시민들이 드론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대한드론축구협회 제공.

전주드론축구장에서 시민들이 드론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대한드론축구협회 제공.

대한드론축구협회 간부가 협력업체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사업비 수천만 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빼돌렸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전주시는 뒤늦게 진상 조사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허술한 관리·감독이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전주시에 따르면 대한드론축구협회 지도·감독 권한 부서인 시 주력산업과는 최근 조사단을 꾸려 당시 협회 사무국장(현 사무처장) 개인 통장으로 협력업체 측이 보낸 돈에 시 보조금이 포함됐는지를 비롯해 사용처와 유용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번 의혹은 협회가 주관한 드론축구 경기·행사 등을 대행해 온 협력업체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협회는 중앙부처나 지자체 등으로 부터 입찰을 통해 행사 관련 사업비를 확보하면 경기장 설치 등 대회 운영 업무를 해당 협력업체에 맡겨 왔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측은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사업비 일부를 당시 사무국장과 또다른 간부 계좌에 입금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회를 치른 뒤 정산할 때 (서류상으로) 사업비를 부풀려 저희에게 주고난 뒤 사무국장이 자기 통장으로 그 일부를 입금하라고 했다"며 "한 번에 500만~700만 원을 보냈고, 작년 말에는 1,500만 원을 입금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면 경기장 설치비 명목으로 500만 원이 책정돼 있으면 실제론 일을 하지 않았는데 저희가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사업비를 받고 그 금액을 다시 협회 측에 돌려주는 식이었다"며 "일종의 리베이트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무국장이 '협회 통장에 자산이 많으면 지자체 보조금이 깎일 수 있어 개인 통장으로 입금해 돈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협회 사무국장 등에게 건너간 돈은 최소 3,100만 원이라는 게 협력업체 측 주장이다. 이 중 2,000만 원은 지난해 연말쯤 협회 통장으로 환수 조치됐고, 나머지 금액이 어디에 쓰였는지 등은 전주시가 확인 중이다. 해당 사무국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야기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대한드론축구협회장인 노상흡 캠틱종합기술원장은 "이번 일은 민간 협회 내부 일이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하면 될 일"이라며 "그간 합법적으로 일해 왔는데 마치 엄청난 비리집단인 것처럼 매도당하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사무국장이 협력업체에게 입막음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협력업체 관계자 일부에게 연락해 "내가 (사적으로) 쓴 것도 아니고 협회 측에서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며 "문제가 커지면 당신들도 피해를 볼 수 있고, 받아야 할 돈도 못 받을 수 있으니 (앞으로 우리와 같이 일하려면) 확실히 하라"는 취지로 회유·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전주시청사.

전주시청사.

2018년 출범한 대한드론축구협회는 전국 2,200여팀을 구성했다. 그간 정부 부처와 각종 기관에서 사업을 수주해 현재까지 30회 넘는 대회를 열었다. 내년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드론축구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전주시는 드론축구 종주도시를 표방하며 협회 측에 최근 3년간 1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 이 때문에 "전주시가 이번 사건을 협회 간부 개인의 일탈로 축소해 '꼬리 자르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시 보조금은 각각 명목을 정해 지급하고 있고, 추후 협회 측이 정산 보고를 하도록 돼있다"며 "협회 자체적으로 낸 수익에 대해선 시가 관여하기 어렵고, 조사 결과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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