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알아두면 쓸모 있을 유전자 이야기.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혁신과 도약으로 머지않아 펼쳐질 미래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전성시대를 앞서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동향에 대한 소개와 관련 지식을 해설한다.
30억명 인류를 앗아간 모기
암컷 모기의 불임 유도 기술
생태 친화적 모기 퇴치 가능
여름이 되면 우리를 괴롭히는 불청객 중 하나가 모기이다. 잠들려고 하는 밤, 윙~윙~ 귓가에 울리는 모기의 소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름 돋는 대상이다.
그런데 모기는 분자생물학과 유전자 연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곤충이다.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에서 공룡의 피를 빨았던 모기가 호박(琥珀)에 갇힌 채 발견되고 그 모기의 혈액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해 쥬라기 시대 공룡을 복원한다는 내용은 30년 전 개봉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공상과학 영화의 백미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모기 혈액에서 모기가 피를 빤 대상, 즉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 해당 생물의 DNA를 추출하는 일은 가능하다고 알려졌으나, 수백만 년 전이나 수천만 년 전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는 일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영화에서와 같은 테마파크가 아쉽게도 아직은 가능하지 않다.
열대지방에서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는 한국에서는 관심이 덜하지만, 그동안 말라리아에 따른 누적 사망자가 30억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역사상 있었던 모든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보다 더 많다고 추정되고 있다. 모기라는 곤충은 말라리아 외에도 뇌염이나 뎅기열, 황열병 그리고 지카 바이러스 같은 매우 위험한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이므로, 모기 자체를 없애려는 연구들까지 추진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첨단 바이오 기술들이 앞다퉈 동원되고 있다.
그중에는 2020년 노벨상 수상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방법들도 있다. 암컷 모기를 불임으로 만드는 유전자 가위를 가진 수컷 모기들을 야생에 풀면 다음 세대 모기의 자손 중에서 불임이 되는 암컷 개체들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급속하게 늘어나 매우 빠른 시간에 대부분의 암컷 모기를 불임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유전자 드라이브'라고 불리는 방법론의 하나인데, 소수 개체의 특정 유전자를 변형해서 집단 내 전체 개체들의 해당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멘델의 유전법칙에서는 부모 중 한쪽이 변형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때 다음 자손은 50%의 확률로 그 변형 유전자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유전자 드라이브'라는 걸 유도하게 되면 다음 자손의 50%가 아닌 100%가 변형 유전자를 가지게 된다. 종국에는 세대를 거듭하며 집단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더 커지게 되고 변형 유전자가 집단 전체로 확산하게 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도 '유전자 드라이브'를 유도하는 대표적 방법이다. 예를 들어 암컷 모기의 'dsx 유전자'를 수컷 모기의 dsx 유전자처럼 변형시키면 해당 암컷 모기들은 불임이 되는 현상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수컷 모기에게 세포 안에 있는 모든 dsx 유전자를 수컷 모기처럼 변형시키는 유전자 가위를 심어 놓고 정상적인 암컷 모기들과 함께 키우면 그사이에서 태어나는 자손들은 비록 엄마 모기로부터 정상적인 dsx 유전자를 받았더라도 아빠 모기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가위 때문에 그 dsx 유전자가 수컷처럼 변형된다. 원래는 정상적인 암컷 모기가 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불임 암컷 모기로 발달하게 되며 이 현상이 세대를 거듭하면 해당 집단 전체에서 번식이 중단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모기의 복부 쪽 신경을 손상시키게 되면, 배가 부르다는 걸 인지하는 감각 신경이 손상돼서 배가 점점 커지는데도 계속 피를 빨다가 배가 터지게 되는 실험이 보고된 바가 있다. 최근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급성장한 비만치료제의 원리로 포만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식사량을 줄이는 방법과 정반대인 것이다. 모기를 대상으로 포만감과 관련된 연구를 하면 흥미로운 약이 개발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모기는 해충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으로 종을 박멸하지는 않으면서도 해로운 특성들을 제거할 수 있는 신기술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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