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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무덤' 가자지구… 이, 프레스 조끼 노리고 "외신 취재는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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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8개월을 훌쩍 넘긴 지금, 가자지구는 '언론의 무덤'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군 포탄에 100명 이상 언론인이 숨졌고, 70여 개 언론 시설이 파괴됐다. '프레스(언론)' 로고가 선명한 조끼를 입고도 공격 표적이 됐다. 해외 언론 취재는 가로막혔다. 이스라엘의 언론 탄압은 "대중의 눈을 가리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탐사 매체 '포비든 스토리즈' 주도하에 프랑스 AFP통신과 영국 가디언, ARIJ(아랍 탐사 저널리즘 기자단) 등 13개 조직 소속 언론인 약 50명이 지난 4개월간 매달린 합동 조사의 결과물이 25일(현지시간) 공개됐다. 가자지구 전쟁과 언론인의 죽음을 집중 분석한 프로젝트였다.
비정부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이날까지 가자지구에서 최소 108명의 팔레스타인 언론인이 사망했다. 이들 중에는 프레스 조끼를 입었는데도 이스라엘군의 무인기(드론) 등 공격을 받아 희생된 14명이 포함돼 있다. 언론인이라는 식별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바셀 카이르 알딘은 "프레스 조끼는 국제법상 보호 대상이지만 오히려 우리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고 AFP에 말했다.
가자지구 내 언론인과 언론 시설을 노린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비판적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속셈이라고 가디언은 짚었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2일 가자지구에 파견된 극소수 외신 중 하나였던 AFP 사무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에 따라 기자들은 철수하고 건물 10층에는 가자지구를 24시간 비추며 생중계하던 카메라만 남겨진 상태였다. 당초 AFP는 '공격을 피해 달라'는 뜻으로 이 건물 좌표를 이스라엘군에 넘겼었다고 한다.
해당 공격은 '의도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폭발물 전문가 애드리안 윌킨슨은 "그 건물은 이스라엘 탱크의 포격을 받았고, 우발적 타격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전직 미국 육군 폭발물 처리 기술자 등 다른 전문가 5명도 동의했다. 같은 날 팔레스타인 미디어그룹 건물도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됐다고 포비든 스토리즈는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으로 가자지구 실황을 송출하던 카메라 여러 대가 돌아가던 현장이었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전쟁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이뤄지는 라이브 스트림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은 현지 라디오 방송국과 통신사, 송신탑 등 언론 시설을 합하면 70개가 넘는다. 특히 팔레스타인 언론인의 안식처였던 '프레스 하우스'도 지난 2월 이스라엘군이 11일간 인근을 머물다 떠난 후 완파된 상태로 발견됐다. 주변 건물은 멀쩡했던 사실에 비춰, 프레스 하우스를 노린 공격이 가해진 것으로 결론이 났다.
CPJ의 카를로스 마르티네즈 데 라 세르나는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노골적인 공격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가자지구 참상을 국제사회에 전하는 유일한 눈과 귀였다는 점에서다. 현재 가자지구 안에는 외신이 없다. 칸 특별보고관은 "전 세계 분쟁지역에는 해외 언론이 있으나,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에 의해) 누구의 접근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슈르크 아사드 팔레스타인언론인연합(PJS)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언론인 100명이 사망했다면 전 세계 반응이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절대 고의로 언론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입장만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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