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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조 운용 블랙스톤 "한국 투자 확대, 글로벌 부동산 바닥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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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한국 증시)은 끝났다."
오랫동안 저조한 수익률에 지친 동학개미(국내 증시 개인투자자)들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로 떠나면서 나오는 얘기다. 실제로 올 들어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3조 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사상 처음 800억 달러(약 111조 원)도 넘어섰다. 반면 외국인은 오히려 한국 경제의 매력이 크다며 투자를 늘리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금액은 22조 원이나 된다. 지난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된 해외 자본도 3조 원 이상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2년 전 한국법인을 설립한 세계 최대 대체자산 운용사 블랙스톤을 비롯해 글로벌 투자의 대가들이 한국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국씨티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지낸 하영구(71)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을 만나 미국 월스트리트와 외국인은 지금 한국 경제와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었다.
-글로벌 자산운용 규모가 1조1,000억 달러(약 1,500조 원)에 달하는 블랙스톤이 한국법인을 세운 이유는.
“그동안은 홍콩에서 한국 관련 비즈니스를 하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사무실을 열었다. 비즈니스는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고객에게 답이 있는데 고객과의 접점이 적다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230개 기업(고용 65만 명)과 1만2,500개 이상의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블랙스톤은 투자 기회가 있는 시장엔 적극 진출한다. 5년간 현지법인 수도 배 가까이 늘어 27개가 됐다. 더구나 세계 10대 경제 규모인 한국은 투자자의 관점에서 매력이 많다. 한국만큼 혁신적이고 기업가 정신이 높은 나라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글로벌 경쟁력과 새로운 추세에 맞는 주요 업종을 보유한 나라도 드물다. 인지도가 높은 회사도 많다. 지배구조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편이고 법률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인력이 풍부하고 정부도 기업 지원을 위해 노력한다. 한국 대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투자 기회를 창출할 때도 좋은 파트너다. 특히 기업이 저평가돼 있다. 주당순자산가치(PBR)가 1.1배에 불과하다. 선진국 평균이 2.8배, 신흥국도 1.6배 정도다. 전문가를 투입하면 회사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본다.”
-국내에선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적잖다. 저성장이 굳어지고, 인공지능(AI) 등에 제대로 준비한 기업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통 제조업으로 한정하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큰돈을 버는 이들 중 새로운 분야의 창업자도 많다. 게임 회사나 플랫폼, K컬처, K푸드, K뷰티 기업의 성공도 좋은 예다. 세계적 흐름이 바뀌면서 우리나라의 산업 포트폴리오도 재편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새순이 나고 있다.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 없다. 한국 산업에 대해 해외에서 보는 시각은 내부에서 보는 시각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누가 더 객관적이겠는가.”
-전 세계 증시가 활황인데 한국 증시만 무기력하지 않나.
“주식 시장은 워낙 변동성이 커 단언하기 힘들다. 앞으로 ‘밸류업 프로그램’(기업 가치 제고 지원)이 지속되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 일본이 밸류업을 시작한 게 2013년 아베 신조 정부 때다.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회사 스스로 시장과 소통하며 보완하고 노력할 필요도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가계 순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다. 나머지 금융자산 중에서도 주식 비중은 매우 적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면 개인 자산 축적과 재균형(리밸런싱), 가계부채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꼭 필요한 일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환율 결정 변수는 너무 다양하고 그 변수 자체도 계속 움직이는 만큼 예측이 불가능하다. 지금 강달러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다만 최근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은 금리를 낮췄다. 앞으론 금리와 환율도 개별 통화별로 다양해질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면 원·달러 환율도 지금보다 하향 안정세로 갈 것으로 본다. 물론 과거처럼 환율이 1,100원 안팎까지 떨어지길 기대할 순 없다. 그땐 우리 이자율과 성장률이 미국보다 훨씬 높았다. 눈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금리는 언제쯤 내리는 게 맞나. 일각에선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우리도 따라 올렸어야 했는데 미적거리고 실기하는 바람에 집값과 물가를 잡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인 2%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앞으로도 상당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향 안정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1, 2회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낮추는 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한미 금리 차가 2%포인트다. 갭이 더 커지면 환율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섣불리 금리를 낮추면 부동산 거품이 생길 수도 있다. 물가도 여전히 높다. 건설 등 체감 경기가 안 좋으니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객관적 지표를 갖고 금통위가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보나.
“블랙스톤은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6,000억 달러가량 갖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지난 2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가장 민감한 게 부동산이다. 지금은 상당히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바닥을 찍고 있다. 앞으로도 부동산 관련 우울한 뉴스는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면 최적의 투자 시점을 놓칠 수도 있다. 블랙스톤은 지금 부동산을 사고 있다. 투자할 수 있는 자금(드라이파우더)이 2,000억 달러다. 상당 부분을 부동산 매수에 쓸 수도 있다. 주로 물류창고나 데이터센터, 학생임대주택 쪽에 투자하고 있다. 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공실률도 낮아 자산 가치와 임대료가 올라가고 있다. 상업용 오피스 빌딩도 미국은 공실률이 높고 가격도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이나 일본은 또 다르다. 인구가 느는 곳과 대표 상징(랜드마크 시그니처) 빌딩은 괜찮은데 어중간한 건물은 안 좋다. 한국 부동산 시장도 데이터센터와 호텔 등을 다양하게 보고 있다.”
-2016년 4,700억 원에 인수한 서울 역삼역 아크플레이스 빌딩을 최근 7,917억 원에 팔지 않았나.
“아크플레이스 매각은 2022년 이후 서울 주요 지역에서 이뤄진 상업용 부동산 거래 중 가장 큰 규모다. 블랙스톤은 어떤 자산과 회사에 투자하든 가치를 높이는 ‘비즈니스 빌더’(Business Builder)에 집중한다. 아크플레이스도 강남 중심부에 위치한 최고의 오피스 자산으로 재탄생시켰다. 리노베이션을 했고 글로벌 기업과 새로운 식당을 유치했다.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을 매각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오영 리더십과 협력해 회사를 업계 1위로 성장시켰다.”
-앞으로 한국에선 어떤 쪽에 투자할 계획인가.
“블랙스톤의 글로벌 투자 테마에는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에너지 전환, 물류, 데이터센터, 호텔 등이 포함된다.”
-부자가 되고 싶은 개인에게 조언한다면.
“세계적인 부자들을 보면 본인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창업을 하거나 본인이 선택한 분야에서 성공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음이 부자 되는 법을 같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너무 금전적인 것에 치우쳐 있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 금융에서 오래 일한 만큼 이 부분은 얘기할 수 있다. 블랙스톤 사내TV에 항상 나오는 문구가 있다. ‘침착하라(Stay Calm) 긍정적으로 생각하라(Stay Positive) 절대 포기하지 마라(Never give up)’이다. 금융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매사 침착하고 긍정적으로 대응하며 포기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나아가 글로벌 시대인 만큼 자신의 글로벌 시각과 역량을 갖춘 인재가 되는 게 중요하다. 인구가 600만 명 안팎인 싱가포르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수출액이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인데 싱가포르는 3.5배나 된다. 다양한 인종을 하나로 묶기 위해 영어를 쓰다 보니 자연스레 글로벌화됐다. 우리도 결국 인재로 먹고살아야 한다. 글로벌 역량을 키웠으면 한다.”
-오래 일할 수 있는 비결은.
“건강, 열정 그리고 글로벌 역량이다.”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현금과 주식, 채권 같은 전통적인 금융 자산이 아닌 다른 곳, 즉 대체자산(alternative assets)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걸 대체투자라고 부른다. 주로 저평가된 부동산이나 기업을 사들여 전문가를 투입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방식을 활용한다. 부동산과 인프라 외 사모펀드와 사모대출, 신용(credit) 부문도 대체투자의 한 분야다. 공모와 달리 사모펀드는 주로 소수의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은다. 대형 연기금과 정부 투자펀드, 보험사, 고액 개인 투자자가 이런 대체자산 운용사의 주요 고객이다.
대체투자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는 블랙스톤이다. 1985년 스티븐 슈워츠먼과 피트 피터슨이 40만 달러(약 5억 원)로 창립한 뒤 꾸준히 성장, 지난해엔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1조 달러(약 1,390조 원)도 돌파했다. 현재 블랙스톤의 최대 투자처는 부동산이다. 국민연금공단도 2005년부터 블랙스톤에 자금을 맡기고 있다.
블랙스톤뿐 아니라 세계적인 대체투자 운용사들도 잇따라 한국 시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2위이자 캐나다계 대체자산 운용사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의 소유주인 브룩필드는 2022년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가스 생산설비를 1조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초 서울 가산동 데이터센터 개발에도 착수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해밀턴 레인은 한국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기관 투자자 자금을 기업에 대출을 해 주는 국내 사모대출시장에 진출했다. 2009년 오비맥주를 2조3,000억 원에 인수했다 5년 뒤 6조2,000억 원에 매각해 유명해진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도 지난해 물류센터를 매입하는 등 부동산과 인프라 부문을 확장하고 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인 EQT는 지난해 2조4,000억 원을 들여 SK쉴더스를 인수한 데 이어 대형 부동산과 기업 인수합병(M&A) 대상을 추가 물색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 따르면 2010년 7조 달러였던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자산 시장 규모는 2022년 20조 달러에 이어 2027년 최대 29조 달러(약 4경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순자산이 388억 달러(약 54조 원)에 달하는 세계적 부호(포브스 2024년 기준 34위)인 스티븐 슈워츠먼(77) 블랙스톤 회장은 6만 원대 스와치 플라스틱 시계를 차고 다닌다. 이런 슈워츠먼 회장이 유독 통 큰 후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슈워츠먼 회장의 AI에 대한 관심은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을 만난 게 계기였다. 마윈은 슈워츠먼 회장에게 AI 기술로 모든 산업 분야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라파엘 레이프 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총장도 영감을 줬다. 그는 MIT가 모든 분야에서 AI 교육을 도입하는 첫 대학이 되도록 지원해줄 것을 슈워츠먼 회장에게 부탁했다. 미래를 내다본 슈워츠먼 회장은 2018년 MIT의 AI 교육을 위해 3억5,000만 달러(약 4,900억 원)를 기부했다. 2019년 옥스퍼드대에도 1억9,000만 파운드(약 3,300억 원)를 냈다. AI로 인한 윤리적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고 인문학과 철학에서 명성 높은 곳에서 연구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이미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는 '기빙프레지'(the giving pledge)에도 서명한 바 있다.
슈워츠먼 회장은 현재 블랙스톤 안에 50명의 데이터 과학자를 고용, 다양한 사업 분야의 수많은 신호를 분석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AI시대의 필수 인프라가 된 데이터센터 투자도 늘리고 있다. 2021년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들여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QTS를 인수한 데 이어 250억 달러(약 34조 원)가 투입되는 축구장 60개 규모의 데이터센터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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