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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도 보훈도 없던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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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보훈병원에서 공익근무를 했습니다. 덕분에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치신 여러 보훈 용사를 뵐 수 있었습니다. 괜스레 무서웠던 HID 출신 용사분들은 여름철 저에게 고생한다며 수박 먹고 가라던 친절한 어르신들이셨습니다. 아픈 환자들의 마음까지 위로해주시던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의 처절한 하루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묘하게 평화롭던 호스피스, 전쟁터 같던 응급실, 고요하던 중환자실까지 기억납니다.
가장 기억나는 건 제 또래 환자들이었습니다. 중앙보훈병원은 그 특성상 고령층의 환자가 대부분이기에 젊은 환자는 유난히 기억이 납니다. 군복무 중 중병을 얻어서 오랫동안 입원하고 있는 환자분을 검사실로 옮기던 날이었습니다. 검사 종료 이후 이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는데 보호자분이 제게 꼭 다치지 말고 무사히 복무를 끝내라고 말씀해주셨던 게 기억납니다.
한국 군인들의 처우는 블랙코미디입니다. 여전히 무력 도발이 발생하는 휴전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처럼 당신의 복무에 감사하다는 표현이 오고 가지 않습니다. 군대 고발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국방부는 이 악물고 반박하지만 이 역시 반박됩니다. 탈영병 체포조를 소재로 한 드라마 'D.P.'가 나오자 당시 국방부 장관은 "현실과 다르다"고 말했으나 다음 날 강감찬함 소속 일병이 군대 내 괴롭힘으로 인해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통계를 보면 더 웃기고 슬픕니다. 지난 1980년대 현역병 판정 비율은 50%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2022년 기준, 현역병 판정 비율은 86%에 달합니다. 4급 판정 기준도 높아져서 사실상 평발과 고도비만까지 현역으로 판정받습니다. 하지만 군 사망사고는 늘고 있는 추세이며 자살은 여전히 사망 원인 1위입니다. 직업 군인 처우도 개선되지 않아 전역하는 5년 이상 경력의 간부는 작년 9,481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군대 문제는 항상 소외됐습니다. 남성만의 문제로 치부되어 관심이 덜하고 전역자들에게는 이미 지난 일이니까 잊힙니다. 공산주의 세력을 경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정치인들도 자녀들을 어릴 때부터 유학 보내 시민권을 따내면서 군대를 보내지 않으니 관심이 없습니다. 직업군인한테는 다 알고 본인이 선택했으니까 참으라는 말만 나옵니다. 결국 선거철 슬로건으로만 남습니다.
어느 나라보다 호국과 보훈이 중요한 나라지만 호국이 없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직업 군인의 처우가 바닥을 치는데 어떻게 호국을 이야기할까요. 보훈도 마찬가지입니다. 훈련병을 사망하게 만든 중대장부터 작전 중 부하가 사망했는데도 언론부터 걱정하던 사단장까지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참으면 윤 일병이고 못 참으면 임 병장부터, 부를 때는 국가의 아들, 다치면 너희 아들, 죽으면 누구세요?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국군통수권을 가진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억울하게 죽은 훈련병의 영결식 날,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워크숍에 가서 어퍼컷을 날렸습니다. 작전 중 사망한 상병의 죽음에는 매번 다른 변명을 내놓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현충일 기념식 때 철통같은 태세로 북한에 대응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채 상병과 훈련병 사망 사건을 대하는 정부는 미온적입니다. 부디 대통령의 호국보훈의 태도가 기념사로만 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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