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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이 '감자의 날'이 된 까닭

입력
2024.06.26 04:30
27면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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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대관령에 핀 감자꽃. 고령지농업연구소 제공

대관령에 핀 감자꽃. 고령지농업연구소 제공

며칠 전이 하지였다. 이맘때가 되면 햇감자가 많이 나온다. 햇감자를 삶으면 전분이 많은 속살이 밖으로 터져 나와 식감이 포슬포슬해진다. 강판에 간 감자의 수분과 전분을 제거한 다음 매운 고추를 조금 썰어 넣고 기름에 부치면 쫀득한 '감자전'이 된다. 강판에 간 감자와 전분을 섞어 경단을 만들고, 간을 맞춘 멸치육수에 양파와 애호박을 썰어 넣고 끓인 것이 '감자옹심이'다. 감자를 썩혀 맑은 물에 여러 번 우려내면 전분만 가라앉아 따로 모을 수 있다. 전분을 잘 말려서 뜨거운 물로 반죽해 강낭콩이나 풋콩으로 속을 채워 쪄낸 '감자송편'은 별미 중의 별미다.

조선 후기 이규경이 지은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 감자는 1824년 청나라로부터 처음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증보문헌비고(1903∼1908)' 등에 19세기 발생한 대기근들의 기록이 있고 '감자 종자를 많이 뿌려둔 덕분에 굶어 죽는 것을 면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감자가 구황작물로도 중요했던 것이다.

대관령에 핀 감자꽃. 고령지농업연구소 제공

대관령에 핀 감자꽃. 고령지농업연구소 제공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일제강점기 권태응이 쓴 '감자꽃'이란 시다. 창씨개명에 저항하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처럼 감자는 우리의 식문화와 문학 작품 속에서 어려웠던 시기를 은유하며 함께 해온 삶 속의 작물이기도 하다.

대관령에 핀 감자꽃. 고령지농업연구소 제공

대관령에 핀 감자꽃. 고령지농업연구소 제공

감자는 전래 이후 북쪽에서 전해진 고구마란 뜻으로 '북감저(北甘藷)' '북저' 등으로 부르기도 했지만, 고구마를 칭하던 '감저'와 혼용해 쓰기도 했다. 김동인의 소설 '감자'는 고구마를 뜻한다. 사실 소설의 분위기로만 본다면 감자가 더 어울릴 법하다. 남편을 따라 평양성 칠성문 밖 빈민굴에서 생활하던 복녀의 삶과 생뚱하지만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속 분위기와 겹친 탓인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돼 칠성문 밖 빈민굴에 사는 여인들이 중국인 채마 밭에서 배추와 함께 도적질했다는 그 감자는 고구마가 맞다. 봄에 심은 감자를 장마 전에 캐지 않으면 땅속에서 썩어서 여름을 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절기상 하지 전후에 많이 수확하는 탓에 요즘도 감자를 '하지감자'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봄이 늦고 여름 기온이 서늘한 주산지 강원도 고랭지에서는 조금 늦게 심기 때문에 하지 즈음 감자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룬다. 올해 감자 전래 200년을 맞아 한국감자연구회와 농촌진흥청이 6월 21일을 '감자의 날'로 지정한 것에는 그런 의미도 담겨 있다.


서효원 식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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