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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전공 이동 개방성 높여야 입시경쟁 완화" 서울대 교수들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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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소멸과 기후변화 등으로 구조적 위기가 닥쳐오고 있지만 5년 단임 정부는 갈수록 단기 성과에 치중해 장기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정권교체마다 전 정부를 부정하는 정치적 갈등으로 정책적 혼선도 가중됩니다. 한국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이런 문제를 진단하면서 구조 개혁을 이루기 위한 초당적 장기 전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서울대 교수들이 '교육개혁 프로젝트 전담팀(TF)'을 꾸려 대학입시 제도 개편 방향성을 1년여간 연구한 결과물을 내놨다. 변별력과 공정성을 우선시하는 현 대입제도는 4차산업혁명 시대 대비는커녕 인구 급감 위기에서 귀중한 인적 자원을 둔재로 만들고 있는 '문제 덩어리'라는 게 TF의 진단이다. 이들은 대학 입학 관문 앞에 학생들을 수능 점수로 줄 세우는 식의 대입 방식을 탈피해 선발 방식과 경로를 다양화하고 창의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일보는 서울대 교육개혁 TF가 학내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전략원에 최근 제출한 '한국 교육 문제점 및 개선 방안'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초안)를 입수해 살펴봤다. 연구책임자인 오세정 전 총장과 교수 6명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연구한 결과다.
TF는 보고서에서 "정치인들은 국민의 관심이 많은 대입 제도를 수없이 바꿨지만 여론에 따라 우왕좌왕했을 뿐 국민이 동의하는 제도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입에는 공정성과 교육적 가치(창의력) 등 충돌 지점이 많아 장기 목표를 갖고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도 제시했다. 현행 수능 위주의 전국 단위 선발 제도를 '창의력 비례경쟁 선발제'로 전환하자는 제안이 그중 하나다. 대학이 입학생을 선발할 때 1단계로 같은 학교(지역) 학생끼리 내신 등으로 비교 평가해 학교(지역) 학생 수에 비례해 합격자를 뽑은 다음, 2단계에서 이들을 상대로 비교 평가를 거쳐 입학 정원만큼 최종 선발하는 방식이다.
제안자인 김세직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2단계는 사교육이 답해줄 수 없는 '정답 없는 열린 문제'를 출제해 창의력 중심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1년 내내 30도가 넘는 나라에 얼음을 화폐로 도입하는 방법'을 묻는 식이다. 학교·지역 간 학력 격차가 있더라도 이런 2단계 평가를 통해 역차별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면접에서도 열린 문제를 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면접 평가의 공정성은 학생이 답했을 때 면접관이 되물을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다수 평가자가 상호주관적 평가를 하면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위권 대학에 지원자가 몰리는 과잉경쟁 압력을 분산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대학 진입 경로를 두 단계, 입학과 전공 진입으로 나누자'는 한숭희 교육학과 교수의 제안이다. 한 줄 세우기 입시의 폐해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재수·삼수생이 늘어나는 극심한 인적 자원 낭비를 줄이고, 편입 등으로 대학 전공 진입 통로를 넓히자는 취지다. 미국에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정원 3분의 1가량의 학생이 편입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수능 응시생 중 'N수생' 비율과 비슷하다고 한 교수는 꼬집었다.
한 교수는 보고서에서 "단판의 고위험도 시험 대신 일단 대학에 진입해 끊임없이 자신의 전공에 대한 역량과 적합성을 증명하면서 원하는 대학·전공으로 옮겨갈 수 있는 통로들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방이 보장되면 고교 교육도 수능 문제풀이 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했다.
TF 보고서에는 대학 강의 역시 주입식 대신 창의력을 자극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윤영 기계공학부 교수는 "공대 수업에서 교수의 이론 중심형 수업 비중이 82%"라며 "학생들이 빠르게 배워도 지식을 탐색하며 창의성을 발휘할 시간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윤영 교수는 핵심만 짧게 말한 뒤 학생 잠재력을 자극할 질문을 던지고 함께 토론하는 '역진행 수업(flipped learning)'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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