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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한국일보, 70년 뒤에도 변치 않는 문화 주체로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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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1954년 창간 연재소설 염상섭의 ‘미망인’을 시작으로 이듬해 문을 연 신춘문예, 한국일보 문학상 등으로 늘 문학계와 함께 걸어왔습니다. 역사와 더불어 많은 곡절을 겪고 격랑을 넘어온 한국 문학의 기록자이자 동반자의 역할을 한 한국일보가 귀한 글로 신문을 빛내준 문우(文友)들과 창간 70주년의 기쁨을 나눕니다.
한국일보와의 인연은 소년 한국일보 미술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1994년에 서울 종로구 사직동 어린이 도서관에서 열린 대회였다.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것은 참가자들을 정중하고 진지하게 대했던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그림을 끝까지 완성해 보라고 격려받았던 그때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며 어른으로 자라고 나서 받은 2017년 한국일보 문학상(수상작 장편소설 ‘피프티 피플’)은 특별한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한국일보 문학상이야말로 크나큰 응원이었기에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는 추진력을 얻고 있다.
문화계는 어느 분야든 기세 좋은 순풍을 받을 때도 있고 가끔은 동력을 잃고 침잠할 때도 있다. 그렇기에 그 부침을 개의치 않고 오래 한자리에서 지지해 주는 문화 주체들이 귀하디귀하다. 한국일보는 한국 문학이 주목을 받을 때에도, 받지 못할 때에도 눈에 보이는 성과들이 있을 때도 없을 때도 한결같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질적인 것 이상에 가치를 두는, 드넓은 시야에서만 비롯될 수 있는 지원이었다.
앞으로도 한국일보에 그 역할을 부탁드리고 싶은 이유는, 지금이야말로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이야기하는 문학이 절실한 시대여서다.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요약하는 행위는 위험하다. 딱 떨어지는 간편한 답이 없어도 가짜 답을 택해 안주하지 않고 여러 각도로 파고드는 모색 자체를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해야 사회가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전 세계적으로 그러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되어버렸다.
언론의 고민과 문학의 고민이 맞닿는 지점이 아닐지, 문학의 끈질김과 언론의 끈질김 역시 닿아 있지 않을지 헤아린다. 지난했던 20세기를 강용하게 헤쳐 온 문학과 언론이 21세기에도 방향타를 힘껏 그러쥐기를 요망하게 된다.
녹록지 않은 미래를 예상하면서도, 역사가 축적될 때 발생하는 힘을 항상 믿고 있다. 한 사람의 수명, 한 세대의 수명을 뛰어넘어 신뢰와 정성이 쌓이면 그 단단함은 격풍에도 아랑곳하지 않음을 의지를 다해 믿고 싶다. 마음을 쏟는 사람들이 나고 스러지며 남기는 유산이 앞으로 70년이 더 흘러 한국일보 창간 140주년에도 닳지 않고 그대로이길 바란다. 변치 않는 문화 주체로 언제까지고 균형과 정교함을 지닌 기둥이시길, 기원을 전한다.
(1) 소설가 황석영(인터뷰)
(2) 소설가 윤흥길(기고)
(3) 소설가 김금희(기고)
(4) 시인 조정(기고)
(5) 소설가 정세랑(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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