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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반(反)인권위원’

입력
2024.06.23 16:00
수정
2024.06.23 16: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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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충상(왼쪽 사진) 상임위원과 김용원 상임위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이충상(왼쪽 사진) 상임위원과 김용원 상임위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무능에도 등급이 있다. 평범한 무능은 게으르거나 업무 능력이 떨어져서 조직의 성과를 낮추고, 다른 동료가 더 많이 일을 하게 하는 것일 게다.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무능은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동료의 일까지 적극 방해하며 사기를 떨어뜨리고 조직을 와해시킨다. 후자는 신념을 실현할 수 있는 자리(권력)가 주어져야 가능하다.

□ 윤석열 정부 들어서 가장 흔들리는 국가기관 중 하나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꼽히며, 그 핵심엔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위원은 판사 및 로스쿨 교수 출신으로 2022년 10월 임명됐고, 김 위원은 검사 출신이며 작년 2월 임명됐다. 인권위는 사회 곳곳의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를 조사하고 구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현재 공직 사회에서 가장 반인권적인 발언은 이 두 명의 인권위원 입에서 나오고 있다.

□ 이 위원은 “기저귀를 차고 사는 게이” “이태원 참사가 5‧18보다 더 귀한 참사인가”라고 했다. 실제 표현은 구체적이고 적나라하지만 그 혐오를 다시 옮길 필욘 없겠다. 그에 대한 진정이 제기돼,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에서 “인권위 구성원으로 하여금 혐오 표현 예방 교육을 수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웃지 못할 권고가 내려졌을 정도이다. 김 위원도 회의를 방청하는 기자와 인권단체 인사들에게 “기레기들” “인권 장사치들”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인권위 내부에선 두 명의 말을 듣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한다.

□ 업무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을 맡고 있는 김 위원은 지난해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자료를 경찰에 이첩한 뒤 항명죄를 뒤집어쓴 박정훈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이 위원은 농성장 단수 조치 사건에 “반드시 기각할 것”이라고 사전 공언해 심의에서 배제됐다. 이 와중에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송두환 인권위원장 후임으로 두 사람 중 한 명이 임명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돈다. 윤 대통령을 말릴 수 없다면, 탄핵 소추가 가능한 공무원에 인권위원과 인권위원장도 포함시키는 방안이라도 검토해야 할 판이다.

이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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