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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뭐가 그리 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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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모처럼 들썩인다. 내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이냐 아니냐’로 나뉘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총선 참패로 무기력하던 모습과 딴판이다. 이재명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쏠렸던 스포트라이트가 보수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를 비추며 옮겨올 참이다.
당 간판이 한동훈이라면 해볼 만하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한때 130석 넘게 꿈꾸던 달콤한 기억이 남아 있다. 본전도 못 찾고 쪼그라든 여당의 한계가 여전하지만 '이재명 저격수'가 전면에 나서자 대세론이 뒤를 받쳤다.
분명 장점이 많다. '언론이 애완견'이라며 막말을 내뱉고 훈련병 영결식 날 흥에 겨워 술잔을 드는 무례와는 거리가 멀다. 저급한 말로 여론을 들쑤셔 갈라 치거나 혼자만 살겠다고 눈치 보는 정치인들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의 출사표에는 3가지가 아쉽다. 첫째, 처절한 반성이 없다. 물러난 지 고작 두 달 지났다. 패장이 지휘봉을 잡기엔 너무 이르다. 수험생에게 시험 출제를 맡기는 격이다.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출마 논리가 해괴하다. 오로지 저의 책임인데 우리가 변하지 않아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흘려 보낸 시간을 지적하며 여당을 고립된 갈라파고스에 비유했다. 내 탓과 남 탓이 교묘하게 섞였다.
둘째,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었다. 당원에게 바치는 헌사가 출마선언에 차고 넘친다. 대표적인 게 보수정치 재건이다. 그러면서 지구당 부활을 해법으로 꺼냈다. 험지 광주에서 낙선한 박은식을 거론했다.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런데 당사자가 지적한 패인은 달랐다. 박 후보는 총선 직후 본보 인터뷰에서 말했다. "특히 '대파 논란' 이후 당이 선거구도를 '범죄와 비범죄'로 가져갔다. 집권여당이 할 프레임은 아니었다. 국민의힘을 찍어 나라가 좋아진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
그런 한동훈의 방식은 평가가 끝났다. 정권 심판 공세에 운동권 심판으로 맞받아쳤다. “우리의 정책은 실천이지만 야당의 정책은 약속일 뿐이다.” 반년 전 비대위원장 수락연설 당시 다짐한 차별성은 흐지부지됐다. 거침없는 언변에 대중이 열광하는 사이 집권여당의 이점은 사라졌다.
셋째, 상황에 말을 맞췄다. 여당의 금기를 깨며 채 상병 특검법으로 단번에 이슈를 장악했다. 다만 ‘당대표가 되면’ 발의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 달 뒤의 일이다. 당장 국회 표결을 벼르는 야당이 응할 리 만무하다.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것”이라던 장담과 다를 바 없다.
국민 눈높이를 줄곧 강조했다. 그렇다면 절반을 훌쩍 넘는 특검 찬성 여론에 힘을 실어야 했다. 여당 특검법, 야당 특검법을 구분하며 시간 끌 일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깍듯하게 허리 숙인 폴더 인사의 잔상이 아직 선명하다. 비대위원장 시절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방안을 물으면 어물쩍 피해 갔다. 각자 할 일을 하면 된다고도 했다. 이제는 수평적 관계가 중요하다며 거리낌이 없다. 비대위원장은 홀로 추대됐지만 당대표는 4명이 맞붙는다.
“우리 모두가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다.” 총선 D-100일 즈음에 정치 세대교체를 알렸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 가사에서 따왔다. 이후 현실은 환상과 달랐다. 곡 뒷부분은 이렇다. ‘그대는 새로워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하자.’ 한동훈의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정작 본인은 별로 바뀐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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