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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방문에 '지정학 꽃놀이패' 쥔 베트남, 속 타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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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으로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 정책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어느 나라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 외교 기조로 9개월 사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세계 3대 강대국 정상을 자국 안방에 불러들이며 전 세계에 존재감과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정학적 이점을 등에 업은 베트남의 거침없는 외교 행보에 미국은 고위 관리를 현지에 급파하며 파장 줄이기에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 매체와 글로벌 싱크탱크는 20일 “베트남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푸틴 대통령 방문까지 잇달아 성사시킨 것은 21세기 들어 유례없는 외교적 성과”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해 9월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아 수십억 달러 ‘선물 보따리’를 풀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시 주석도 방문해 기존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뛰어넘는 ‘운명 공동체’ 관계까지 맺었다. 다시 반년 만에 푸틴 대통령까지 하노이행에 나서면서 베트남이 ‘강대국의 주요 파트너’라는 점을 보여줬다.
주요국이 앞다퉈 베트남을 찾는 것은 지정학적 중요성과 베트남의 중립·실리 외교가 맞물린 결과다. 베트남은 인도·태평양 중간에 위치해 있다. 중국이 뻗어나가려 하는 남중국해도 옆에 끼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도·태평양 내 입지 강화를 노리는 미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중국을 견제할 주요 교두보다.
중국은 동남아에서 세를 확장하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을 ‘내 편’으로 만들려 한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돈줄이 막힌 러시아 입장에선 70년 넘게 우호 관계를 맺고 실리를 중시하는 베트남이 자금 확보 우회로인 셈이다.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열강들이 앞다퉈 손을 내미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지정학적 특성을 극대화한 베트남이 ‘꽃놀이패’를 쥐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미국 CNN방송은 “현재 세계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지도자를 동시다발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에서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고, 동남아가 점점 친중(캄보디아·라오스)과 친미(필리핀)로 갈라지는 만큼 베트남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베트남은 서방과 권위주의 국가들의 끈질긴 구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의 푸틴 초청은 ‘러시아와 손을 잡아도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연구센터 머레이 히버트 동남아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노이(베트남)는 (푸틴 방문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확하게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마이웨이’에 속이 타는 쪽은 미국이다. 미 국무부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1일부터 22일까지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국무부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이번 방문 기간 미국과 베트남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행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지하기 위해 베트남과 협력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약속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중국 견제 측면에서 미국이 오랜 기간 공들여 온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이번에는 러시아와 결속을 강화하자 부랴부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현지에서 베트남과 러시아 간 협의 내용을 파악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를 도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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