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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난민 대표로 파리올림픽 나선 '태권 청년'..."조국과 가족 위해 금메달 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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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던 집과 조국을 떠났을 때 갖고 있던 건 운동 장비뿐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대표로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 초과급에 출전했던 파르자드 만수리(22)가 2026 파리 올림픽에선 난민 대표로 출전한다. 지난 3월 유럽 내에서 진행된 올림픽 예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만수리는 지난달 난민 올림픽 대표팀 선수단에 이름을 올렸다.
만수리가 난민 대표로 출전한 데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숨겨져 있다. 만수리는 도쿄 올림픽 16강전 직후 형으로부터 "현재 아프가니스탄이 너무 위험하니 올림픽이 끝나도 돌아오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군이 20년 만에 철수해 탈레반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만수리도 고향에 돌아가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두고 떠날 수 없어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갔다.
그는 최근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난 아프가니스탄에 반드시 돌아가야 했다"며 "도망가 버리면 사람들은 올림픽에서 국기를 들고 입장하던 나의 모습이 거짓된 모습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만수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총격전, 자살 테러로 대부분의 대사관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상태였고,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 활주로를 뛰어다녔다. 일부는 비행기에 매달려 있다 숨졌으며 공항에서 압사를 당해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만수리는 "여기저기서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상황이 너무 심각해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심지어 그와 가깝게 지냈던 동료도 세상을 떠났다. 태권도 선수 모하메드 얀 술타니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려다가 공항에서 자살 폭탄 테러에 의해 희생됐다. 만수리는 "친한 친구를 잃으니 정말 슬펐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 때문에 멍해졌다"고 울먹였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졌지만 만수리는 이대로 삶과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가방 2개에 각종 스포츠 장비를 챙겨 가족들과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난민 캠프로 떠났다. 난민 캠프에는 마땅한 음식은 고사하고 운동할 만한 공간도 없었다. 그럼에도 만수리는 달리기, 줄넘기로 컨디션을 관리했다. 그는 "엄청 좋은 훈련은 아니었지만, 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태권도는 장기간 훈련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난민 캠프에서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끝내 그는 홀로 영국으로 떠났고 영국에 위치한 태권도 센터에서 2년간 올림픽을 준비했다. 만수리는 "난민 캠프, 아프가니스탄의 공항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저절로 훈련을 열심히 하게 된다. 아프가니스탄, 가족들을 위해 파리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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