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치킨 한입 베어 물었는데, 앗! 붉은 살이… 먹어도 되나요?

입력
2024.06.22 15:00
구독

연한 색 닭고기서 발견되는 붉은살
단백질 미오글로빈 뭉친 '핑킹 현상'
충분히 익혔다면 먹어도 문제 없어
생닭 내 캠필로박터균 식중독 유발

편집자주

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한국인의 솔푸드 치킨.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의 솔푸드 치킨.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불볕더위가 한창입니다. 아직 6월인데 벌써 30도를 훌쩍 넘기며 폭염주의보까지 발령됐어요. 얼마 전에는 하루에만 전국 97개 기상 관측 지점 중 35곳에서 6월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하죠. 여름은 특히 닭들에게 잔혹한 계절이에요. 복날이 되면 우리는 몸보신을 위해 백숙과 삼계탕을 먹으니까요. 땀을 식혀주는 차가운 생맥주 곁에도 늘 ‘치느님’이 함께하고 있고요.

한국인이 얼마나 닭고기를 사랑하는지 아시나요?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실시한 ‘가금육 소비조사’에서 무려 국민 2명 중 1명(가정 내 45.8%, 가정 외 41.4%)이 1주일에 한두 번 닭고기를 먹는다고 답했어요. 주 3회 이상 먹는다는 답변도 15%(가정 내 15.2%, 가정 외 16%)가 넘어요.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16.15㎏으로, 9년 전인 2014년 12.44㎏보다 4㎏이나 늘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치킨 판매 매장 수가 4만1,000개로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 수(3만7,000개)보다 많다고 하니, 닭고기는 한국인의 솔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닭고기를 먹다 보면 간혹 선홍색 속살이 발견되곤 합니다. 갓 튀긴 치킨뿐만 아니라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백숙, 이미 조리돼 포장된 레토르트 삼계탕 제품에서도 붉은 살이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덜 익었나 싶어 찜찜하고 혹시 상했을까 봐 먹기가 꺼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닭고기의 붉은 살은 핑킹 현상 때문이거든요. 핑킹 현상은 고기의 근육세포에 존재하는 색소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이 뭉쳐 있거나, 미오글로빈이 조리 과정에서 열과 산소를 만나 반응하면서 붉은색을 띠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조리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닭고기를 완전히 익혔다면 안심하고 먹어도 됩니다. 레토르트 식품 포장지 뒷면에서도 ‘붉은 빛을 띠는 고기가 포함될 수 있으나 100도 이상에서 조리한 제품이므로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문구를 볼 수 있어요.

핑킹 현상은 소고기, 돼지고기 등 다른 육류에서도 나타납니다. 다만 원래 붉은색인 소고기, 돼지고기와 달리, 닭고기는 흰색에 가까운 연한 색이라 더 두드러져 보일 뿐이죠. 실제로 돈가스를 먹다가 두툼한 살코기 중심부에 붉은 빛이 돌아 고개를 갸웃했던 경험이 적지 않을 겁니다.

무더위를 이겨낼 힘을 불어넣는 보양식 삼계탕. 게티이미지뱅크

무더위를 이겨낼 힘을 불어넣는 보양식 삼계탕.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내가 구매한 식품이 불량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어요. 식품안전정보원이 운영하는 부정·불량식품신고센터(1399)에도 붉은색을 띠는 닭고기와 관련해 신고 및 문의 전화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는군요. 2021년 17건, 2022년 26건, 지난해는 9건이었어요.

우리 몸속에 들어가는 식품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대충대충 넘겨서는 안 되겠죠? 식품안전정보원에 접수된 민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조사하고 확인합니다. 만에 하나 닭고기가 진짜 상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조사 결과는 문자나 우편,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신고자에게 알려 줍니다. 식품안전정보원에 물어 보니 다행히 민원 대다수는 핑킹 현상으로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리된 닭고기에서 피가 나오거나 식감이 물컹한 경우, 불쾌한 비린내가 날 때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됩니다. 덜 익은 닭고기를 섭취하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선 캠필로박터균이 많이 발견되는데요. 복통, 설사, 발열 등을 유발합니다.

실제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이면 삼계탕 같은 보양식 수요가 늘면서 식중독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캠필로박터균으로 인한 식중독은 88건, 환자 수는 2,157명으로 집계됐는데, 7월에만 983명(34건)이 집중돼 전체 환자 수의 46%를 차지했습니다. 주요 원인은 역시나 닭고기 등 육류였고요.

닭고기를 완전히 익히지 않고 먹었을 때는 물론이고, 생닭을 세척한 물이 다른 식재료에 튀어도 교차 오염으로 식중독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닭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핏물이 다른 식품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 제일 아래 칸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닭을 손질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다른 식재료를 만져야 하고요. 조리 시에는 닭고기 중심부 온도가 75도 이상이 되도록 충분히 가열해 주세요. 캠필로박터균은 비교적 열에 약해 75도에서 1분 정도면 사멸하거든요.

안전하고 건강한 여름 나기, 문제없겠죠?

김표향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