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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베트남 “상대방 적대국과 손 안 잡는다” 우호 과시… 에너지 협력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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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빈 방문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베트남을 찾았다. 구소련 때부터 70년 넘게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와 베트남은 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상대국과 적대하는 제3국과는 서로 동맹을 맺지 않겠다며 우호를 과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행은 ‘러시아가 고립돼 있지 않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 50분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그가 베트남을 방문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당초 19일 밤 도착해 20일까지 머물 계획이었지만, 북한 ‘지각 도착’ 여파로 베트남 일정도 2시간 가까이 밀리면서 하루 일정이 됐다. 베트남은 의장대 사열과 21발의 예포 발사 등으로 깍듯이 예우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푸쫑 총비서(서기장)부터 또럼 국가주석(2위) 팜민찐 총리(3위) 쩐타인먼 국회의장(4위)까지 핵심 지도부를 모두 따로 만났다. 일정 중간에는 베트남 국부로 꼽히는 호찌민 전 국가주석의 묘를 참배하기도 했다.
럼 주석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전 베트남 전쟁 당시 옛 소련이 북베트남을 지원한 점에 감사를 표한 뒤 “러시아는 베트남 외교정책 최우선국 중 하나”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과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언제나 러시아의 최우선 순위”라고 화답했다.
양측은 에너지 분야에서 손을 맞잡기로 했다. 두 정상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의 베트남 내 원자력 과학기술센터 프로젝트를 위한 양해각서(MOU), 고등 분야 협력, 과학 교류 협력 등 11개 사안에 관한 문서에 서명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 도착 직전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난단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로사톰은 베트남 원전 산업 발전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 노바텍도 베트남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회 통로’로 중요한 베트남을 에너지 협력으로 더 가까이 끌어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국방·안보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럼 주석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서로의 독립·주권과 영토의 온전성을 해치는 제3국과의 동맹과 조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양국에 ‘윈윈’이라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노력이 실패했다는 점을 보여줬다.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전범국’으로 비난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주요국이 구애하는 베트남으로부터 변함없는 우호를 확인받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의미다.
동남아시아 싱크탱크 ISEAS 유소프이샤크 연구소 이언 스토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여전히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 친구가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미국,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세계 강대국 정상을 모두 안방으로 불러들이며 ‘균형 외교’를 과시하고 몸값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캉부 노트르담국제안보센터 연구원은 “러시아는 중국처럼 베트남의 외부 안보를 위협하지도 않고 미국처럼 내부 안보를 위협하지도 않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러시아는 오랫동안 베트남의 주요 무기 공급원이었고 푸틴은 그 위치를 고수하고 싶어 한다”며 “베트남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국방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됐다”고도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 베트남 무기 조달의 8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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