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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부러웠나... 이 조항 때문에 북러 군사동맹 치명적[북러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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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일 공개한 러시아와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논리구조를 본떴다. 동시에 훨씬 치명적인 조항을 곳곳에 넣었다. 북한에 한미동맹이 얼마나 눈엣가시로 비쳤는지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의 불법 침략과 핵·미사일 개발에 맞서 안보장치로 구축한 한미동맹이 핵위협을 일삼는 북러 군사동맹과 비교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북러 양측은 조약에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담았다. 1961년 조소 우호조약에도 등장한 내용이다. 이 조항은 1996년 폐기됐다가 28년 만에 복원됐다.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유엔헌장 제51조와 북러의 (국내)법에 준해 지체 없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을 시 언제든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는 것에 그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보다 수위가 높다. 유엔헌장 51조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담고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은 제3조에 평시 상시적 군사협의를 명시했다.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일방의 요구에 따라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며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 데 협조를 상호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시킨다"고 했다. 예컨대 북한이 오는 8월 한미연합훈련을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직접적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러시아에 함께 대응하자고 요구할 경우 러시아는 즉각 협의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화평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조약은) 1961년 동맹조약과 달리 군사개입을 할 때 유엔헌장 51조와 국내법이라는 2단계 완충장치를 설치했다"며 "하지만 제3조를 통해 상시적 협의를 가능토록 해 실제 전쟁이 났을 때 이기기 위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실질적 운용 측면에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더 강력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4조에 주한미군 배치가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북러 조약에는 없는 부분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북러 군사동맹 조약이 어디까지 유효하며 한반도에 어느 정도 위협이 될 수 있는지는 결국 한미훈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조약으로 군사적 위협을 끌어올리면서도 모두가 "평화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라고 시치미를 뗐다. 6·25 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과 1990년대 이후 계속된 핵·미사일 개발에 맞서기 위한 한미동맹과 한미연합훈련이 '방어적' 성격의 조치라는 논리를 그대로 본뜬 셈이다.
이 외에 지난해 한미 정상 워싱턴 합의와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대응한 안보협력을 시사하는 조항도 있다. 북러 조약에는 우주기술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에서부터 대러·대북제재 무력화, 허위조작 정보 대응까지 포괄적인 안보분야 협력이 명시돼 있다(10·16·18·20조).
앞서 한미·한미일은 사이버안보와 우주안보 협력, 대북·대러제재 공조 강화, 허위조작정보 대응 공조 등을 약속했다. 다만 우리 정부와 이들 우방국의 합의가 정상 차원의 정치적 합의 수준에 머문 반면, 북한과 러시아는 새 안보조약에 명시함으로써 법적 구속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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