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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전력 쌍방의 궤변"… '신중' 유지하던 정부, 조약문 공개에 규탄성명으로 대응

입력
2024.06.20 2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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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수위 높은 조약문… NSC 상임위서 논의
"동맹에 가까워 보여"… 우크라 무기지원도 재검토
'양국 법' 등 조건에 '자동 개입' 평가엔 신중론 유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20일 '유사시 군사지원' 조항을 담은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 공개에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에 대한 재검토 방침도 밝혔다. 전날 공동언론발표에는 일단 신중 반응을 택했지만,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조약문이 전격 공개되자 강경 대응으로 급선회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조약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6·25 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먼저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쌍방이 일어나지도 않을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했다"며 북러 중 한 나라가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상호 군사적 지원의 근거가 되는 조약 4조를 비판했다. 북한과 군사적 협력을 약속한 러시아에 대해선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력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성명 발표에 앞서 정부는 NSC 상임위 회의에서 이날 오전 공개된 조약 전문 등을 분석했다. 유사시 상호지원 조항을 명시한 4조가 핵심이었다. 1961년 북한과 소련이 맺은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포함된 이른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 부활 여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으로 지목돼 왔다.

당초 정부는 전날 회담 직후엔 대응을 자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국 중 한 곳이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지만, 1921년 조약의 '즉각적' '군사적 원조' 등 표현은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안팎에선 러시아가 상호지원 범위 및 조건과 관련해 모호한 표현을 택해 외교적 공간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문안은 '(자위권을 인정하는) 유엔헌장 제51조 및 양국 법에 준하여'라는 조건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당시 조약과 내용이 겹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침략할 것은 아니지만, 심각한 안보적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군사적 지원을 포함한 상호 지원을 이야기해 동맹에 가까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물론 1961년 조약과 같은 '자동 개입' 수준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유엔헌장과 양국 법이라는 완충 장치가 조건으로 달린 데다, 전날 회담 후 '동맹' 표현을 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표현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실제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조금 더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러시아 측 설명을 들어 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공동성명과 함께 러북 간 무기 운송 및 유류 환적에 관여한 선박과 기관, 개인 등에 대한 독자 제재에 나섰고, 러시아가 가장 민감해하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 역시 재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그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를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또한 북한이 이번 조약 체결에 힘입어 도발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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