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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만 하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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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점주에게 이메일을 받았다. "새로 가게를 차리게 되어 인테리어를 해야 합니다. 경사로를 놓으라고 하는데 경사로를 놓게 되면 도로를 침범하게 되어 불법이 되는 게 아닌지 궁금합니다."
메일을 받고 가슴이 다 두근거렸다. 5월 서울시와 함께 장애접근성 확산 문화를 만드는 '모두의 1층X서울' 사업을 시작하면서 경사로도 놓고, 인식 개선 캠페인도 하고, 프랜차이즈 기업들을 만나서 자체 경사로 설치나 인테리어 규정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설득한다는 등 다양한 목표를 세웠다. 그중 가장 공들였던 건 동네 작은 가게 사장님들이 참고할 수 있는 '경사로 설치 길라잡이'라는 가이드 제작이었다. 이 가이드 배포가 겨냥한 '바로 그런 사장님'에게 메일이 온 것이다.
가이드에서는 경사로 설치를 위해 매장 앞 치수를 재는 것부터 어떤 자재로 설치하면 좋은지, 다양한 상점 문 앞 형태에 따른 경사로 설치 사례, 필요한 경우 구나 시의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까지 초보 사장님들이 경사로를 설치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하나씩 따라갈 수 있게 해 놓았다. 도로점용을 구청에 신청하는 절차도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사장님께 이 가이드 내용을 요약해 정성을 다해 이메일을 보냈다. 부디 사장님이 이 가이드를 통해 경사로에 마음이 조금 더 열리기를 바라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 2022년 확대되면서 경사로 같은 장애인 등 편의시설 의무설치를 할 매장의 바닥 면적기준이 300㎡ 이상에서 50㎡ 이상 매장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현장 변화는 더딜 뿐이다. 경사로 신규 설치를 해야 하는 매장들이 '웬만하면 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에서 최소한만' 하자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행정 절차 때문이다. 기초 지자체마다 경사로 설치 면제에 대한 기준이 들쑥날쑥하기도 하고, 경사로 설치를 위해 경사로가 도로를 점거할 때 내주는 허가인 '도로점용허가'에 대한 규정 또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기껏 경사로를 설치하겠다고 신청한 점주들은 행정절차 자체가 귀찮게 느껴지면서 '최소한만 하자' '법만 안 어기면 돼'란 마인드로 돌아가게 된다. 사무실이 있는 성수동을 돌다 보면 탄식이 여러 번 나온다. 핫플레이스라며 공사 중인 매장이 많은데, 언뜻 봐도 충분히 설치 가능한 곳에서 경사로 없이 시공하는 경우가 너무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다. 매장 점주도 인테리어 업자도 '경사로 설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게 대부분이고, 법을 확인하고 인지하는 경우에도 경사로 설치를 귀찮은 절차나 비용 부담으로만 여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계란으로 바위 치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해결책이 있겠지만 내 생각은 '최소한만 하자'는 태도에서 딱 한 걸음만 더 내딛자는 것이다.
이번 서울시 경사로 프로젝트에서는 편의점 빵집 죽집 등 프랜차이즈의 영세 가맹점 경사로도 설치하지만, 서울 문래동의 '문래예술창작촌'에 한꺼번에 수십 개의 경사로를 놓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매장에서 한꺼번에 도로점용 허가를 받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팀 건축사님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꺼번에 허가를 받은 과거 사례를 뒤져서 찾아오셨다. 이 사례를 근거로 지자체를 설득하여 결국 도로점용 허가를 받는다면 각종 재개발 사업 등에서 경사로 확대를 진행할 때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
요즘 장애접근성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만나고 있다. 공통적으로 기업 내에 장애 이슈에 대해 매우 관심이 있어서 기업 내부를 변화시키려 하는 열성적인 어떤 사람이 그런 일을 추진하곤 한다. 기업 내에선 "최소한의 법 기준만 지키면 되지, 굳이 왜 더 노력하려 하는가"란 의문을 가진 사람이 그 열의를 식힌다. 굳이 일을 더 만들지 말자는 생각도 한몫한다. 그러나 모든 긍정적인 변화는 '최소한만 하자'는 태도에서 벗어난 한 사람이 끈질기게 설득하는 과정의 끝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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