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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우크라 참전, 러시아는 北 핵개발 지원... 군사위협 시나리오[북러정상회담]

입력
2024.06.21 04:30
수정
2024.06.21 07: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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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28년 만의 부활
평·전시 군사협력 문 활짝 열어…완충장치도 존재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시 러시아 대응 주목
"확실한 증거로 러시아 압박해야…미중협력 필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후 협정서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번 협정에는 어느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상호 지원을 제공하는 '유사시 상호 지원' 조항도 포함됐다.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후 협정서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번 협정에는 어느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상호 지원을 제공하는 '유사시 상호 지원' 조항도 포함됐다. 뉴시스

북한과 러시아가 상호관계를 군사동맹으로 끌어올리는 조약을 체결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초대형 악재가 등장했다. 상호 합의를 빌미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수도 있다. 1988년 이후 36년간 중단된 북러 군사훈련도 옵션으로 남았다. 당장 이달 말 한반도 인근에서 열리는 한미일 군사훈련 '프리덤'에 러시아가 실제 관여할지가 관건이다.

북한, 우크라이나전 파병?…"협의에 따라 가능"

조선중앙통신이 20일 공개한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에서부터 군사훈련, 무기 거래까지 망라해 군사협력 범위의 제한을 없앴다. 자위권을 인정한 유엔헌장 51조와 '양자 국내법'에 따른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북러의 폭주에 제동을 걸긴 버겁다.

당장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군사적 지원을 명분으로 북한의 군사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단순 무기 거래뿐 아니라 지원병 파병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지난 2022년 러시아 언론은 북한이 돈바스 전선에 지원병 10만 명 파병을 러시아에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보도를 부인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군사협력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조율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전에서 서방의 무기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면 새 조약을 명분으로 북한의 포탄 및 물자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러시아에 부족한 병력을 보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직 해외정보분석관도 "우크라이나 전에서 서방무기가 사용됐다는 이유로 북한 병력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라며 "서방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수준에 따라 합동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계기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새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협정문에서 미국은 10년 동안 훈련과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EU도 곧 우크라이나와 안보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북핵 개발 용인한 러시아…합동훈련 재개 가능성도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대가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용인과 더불어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항할 합동훈련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북러 조약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한편, 연합군사훈련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조약 제2조는 "쌍방은 전 지구적인 전략적 안정과 공정하고 평등한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지향한다"고 규정했다. 이 중 '전략적 안정'은 러시아가 핵 보유국 간 군비통제의 기초가 되는 원리원칙으로 언급하는 표현이다. 사실상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더 이상 불법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함의가 담겼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이미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도발을 방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핵실험이 일어나도 새 제재는 추가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북핵위협에 대응한 한미연합훈련에 외교적·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석배 전 주러대사는 "후속 협의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겠지만, 이 정도 수준의 문구면 연합훈련도 가능하다"며 "이번 조약은 한러·북러 양자관계 자체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대국적 안보전선, 미국에 대항하는 안보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러가 연합군사훈련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북한이 필요로 하는 훈련이 아니고 러시아가 필요에 따라 북한을 끼워주는 형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북러 첨단기술 이전·무기거래 본격화하나

합동훈련 이전에 구체적인 무기 거래와 첨단기술 이전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러 간 군사기술 협력의 진전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련 토론회를 주최한 주러시아 대사 출신의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러시아에서 '밀리터리 테크놀로지'는 무기를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포럼에서 "북러 조약에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러시아 본토 공격용 무기 지원이 임박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위력적인 무기를 지원할 경우 러시아는 핵무기에 필요한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것이라는 의미다. 북한이 올해 정찰위성 여러 개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위성 기술과 관련한 기술이전도 전망된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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