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장마 코앞인데… 피해지 3곳 중 1곳은 아직도 '복구 공사 중’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20일 찾은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 지난해 7월 경북지역 호우에 따른 산사태로 주민 2명이 실종된 마을이다. 호우 피해를 본 지 11개월이 지났지만 을씨년스러운 마을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토사에 무너져 폐허가 된 집들은 그대로였고, 굴러 내려온 바위들이 산기슭에 아슬아슬하게 박혀 있었다. 토사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해 쌓은 톤백 모래주머니, 하천변의 통제선은 ‘이곳은 현재 복구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지만 이 작업이 언제 끝날지는 기약이 없어 보였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한반도에 장마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이었다.
예천은 지난해 7월 13~15일 내린 폭우로 주택 23채가 파손되고 15명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기약 없는 복구에 이재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임시 조립주택 앞에서 만난 권차영(88)씨는 “차 다니는 길만 치워놨지 피해 복구는 아직 한참 멀었다”며 "작년처럼 비가 오면 어떡하나 요즘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했다. 10개 동의 임시조립주택에 살고 있는 70~90대 노인들은 파손된 주택을 고치든 새로 짓든 이곳에서 나가야 하지만 마을 곳곳이 공사판이라 엄두를 못 내겠다는 분위기였다. 옆에 있던 다른 주민은 “옛날 집터가 복구는 됐지만, 겁이 나 다시 가서 살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마 닥쳤는데… 복구율 ‘66%’
복구 공사가 한창인 곳은 충남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충남은 지난해 장마기간 중 경북(2,424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115건(재해복구 사업지 기준)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19일 찾은 공주시 사곡면 명하천에서는 무너진 둑을 보강하기 위해 트럭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천안과 공주를 잇는 629번 지방도변의 옹벽 설치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김순기(56)씨는 “이달 중으로 공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최근 작업 시작 시간을 1시간 앞당겼는데도 빠듯하다”며 “비라도 내리면 6월 완공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사곡리 회학면 산48 일대 작년 산사태 피해지에서는 복구작업이 마무리 단계였다. 호우에 쓸려 내려오는 토석류를 막는 사방댐 설치 현장으로, 공정률은 90%였다. 이종수 산림청 산림재난통제관은 “산에 길을 만들어가면서 작업해야 하는 산사태 복구공사의특성상 어려운 점이 많지만 16일 기준 산사태 피해 복구율은 86% 수준이고, 6월 안에 100%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전국의 제방 유실, 산사태, 침수 등 전체 재해복구율은 66.8%에 그친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52%로 가장 낮고 이어 충남이 62.5%다. 강성희 행안부 복구지원과장은 “단순 기능복구 공사뿐만 아니라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드는 개선복구공사 현장이 많기 때문에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며 “그래도 이달 말까지는 8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잦은 비로 줄어든 공사기간....복구 공사 지연
올해 복구공사가 지연되는 이유는 지난해 피해규모가 예년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우피해 복구사업 건수는 8,254건으로 전년(5,628건) 대비 32%가량 늘었다. 산사태의 경우 2,410건으로 전년(1,278건) 대비 2배 수준이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사태 복구 공사의 난도가 높아 일반 업체들은 공사를 꺼리고, 산림 관련 사업체나 산림조합이 맡는다”며 “한정된 인력과 장비로 더 많은 지역을 복구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올해 잦은 비도 공사 지연에 영향을 줬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47.5일로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강수일(28.3일)의 1.7배였다. 이진호 산림청 산사태방지과 사무관은 “산사태 복구 현장의 경우 토양이 젖으면 토사 붕괴 위험이 높아 강우 당일은 물론 이후 이틀간 작업이 중지된다”며 “이 때문에 실제 작업 일수는 60일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년에 발생한 재해복구 공사는 이듬해 장마철 전에 마쳐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라 정부가 재해대책비를 더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상당수 지자체는 재해대책비 소진 뒤 예비비를 끌어다 재해복구에 나서는데, 예비비의 경우 의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해 집행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당해 연도분으로 책정된 재해대책비는 바로 집행할 수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동절기, 해빙기를 넘긴 뒤 3월에 착공하는 경우 여름철 재난 대비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의 빈도와 강도가 세지는 만큼 재해 발생 직후 복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