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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50도... 6월 덮친 가마솥 폭염에 지구촌 무방비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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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51.8도. 최근 이슬람권 정기 성지순례(하지)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메카가 찍은 기온이다. 6월이라 믿기 힘든 가마솥 폭염에 결국 인간은 무릎을 꿇었다. 이곳에서만 9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40~50도를 웃도는 때 이른 극한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벌써 7~8월이 두렵다.
지구촌이 가마솥더위로 신음하고 있다. 계절상 한여름도 아닌데 기온이 40도를 넘기는 건 예사다. 인도는 이미 5월부터 한낮 기온이 40도 안팎을 오갔다. 지난달 17일 폭염이 본격화한 이후 낮 최고 기온은 45도를 웃돌고 있다.
델리의 대형병원 중 한 곳인 람 마노할 로이아 병원은 5월 말 열사병 클리닉을 개설했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이곳에 도착하는 열사병 환자들은 물 온도가 0~5도인 세라믹 욕조에 먼저 몸을 담근 뒤 치료 병실로 이동한다. 아제이 차우한 열사병 클리닉 원장은 "열사병 사망자를 본 건 이 병원에서 일한 지 13년 만에 처음"이라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이라고 말했다.
2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약 석 달 사이 인도 전역에서 열사병 증세로 사망한 사람은 110명에 달했다. 열사병 증세로 입원한 환자 수도 4만여 명이었다. 수도 뉴델리는 지난 18일 밤 기온이 35.2도로 55년 만에 가장 높았다.
5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엿새간 치러진 이슬람 최대 종교 행사 하지에선 마지막 날인 19일 기준 9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전 세계에서 180만 명의 무슬림이 사우디 메카를 찾았는데, 지난 17일 낮 기온이 52도에 육박하는 등 행사 내내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사인은 대부분 온열질환이었다. 사우디 경찰이 물을 나눠주고 물을 뿌리는 선풍기를 곳곳에 설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파키스탄에서 온 순례객 윌라예트 무스타파는 로이터에 "너무 가혹한 열기를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도 19일 기온이 50도까지 치솟아 전력 수요가 폭증한 결과 일부 지역의 전기 공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되기도 했다.
미국도 수십 년 만에 닥친 폭염에 속수무책이다. 미국 중북부와 동북부에 형성된 '열돔(Heat Dome)'이 지표면을 달군 결과 이 지역 일대 수은주를 끌어올리고 있다. 메인주(州)를 비롯해 버몬트주, 뉴햄프셔주 등 동북부 지역은 여름철에도 상대적으로 덥지 않은 곳으로 꼽혔지만, 최근 36도를 웃돌며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체감온도는 38도를 넘겼다. 미국 기상청은 이번 주까지 이 지역 일대에 평년보다 10도가량 높은 기온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촌이 '극한 날씨'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후과학자 캐서린 헤이호 텍사스공과대 교수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용어가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날씨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지구 이상화(global weirding)'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붕괴가 세계의 폭염 수준을 더욱 가차 없고 강렬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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