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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령에도 몰래 먹었던 소고기 요리

입력
2024.06.22 04:30
19면

음식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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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 소고기 완자찜. ⓒ이주현

표고버섯 소고기 완자찜. ⓒ이주현

연이은 재난 문자가 경고하듯 뜨거운 날씨가 심상치 않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함을 느끼니 몸에 좋은 음식부터 찾게 된다. 삼계탕, 장어, 콩국수 등 여름맞이 보양식이 앞다퉈 손짓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계절을 타지 않는 보양식에 눈길이 간다. 한국인의 가슴에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소고기가 그 주인공이다. 얼마 전 ‘돼지고기까지는 호의로 사줄 수 있지만 소고기는 목적이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절 선물 1순위도 소갈비, 소고기 정육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한국인의 소고기 사랑은 각별하다 못해 유별날 정도다.

선조들도 여러 고기 중에서 소고기를 가장 선호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삼국시대부터 소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는 우금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우리 민족에게 소는 절대적인 도움을 주는 존재였다. 조선시대 농서 '산림경제'에는 "집안에 소 한 마리가 있으면 7명의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다"는 기록이 있다. 소가 농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소는 국가에서 보호해야 할 대상이었던 것. 우금령은 조선시대 내내 지속됐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역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소고기를 찾았음을 말해준다. 나라에서 우금령을 수시로 내려 소 도살을 금지했지만 양반은 양반대로, 평민은 평민대로 어떤 명목을 내세워서라도 소고기를 찾아 먹었다.

귀한 음식은 뇌물로 쓰이게 마련이다. 지방 관아의 아전들은 수령에게 소고기를 뇌물로 바쳤다. 소고기를 바치지 못한 이는 파산하고 도주할 정도였다. 벼슬아치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토지측량 사업에서 양전을 잘 받기 위해 관리들에게 소고기와 술을 대접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특이한 점은 소고기가 귀신을 쫓는 벽사(僻邪)의 수단으로도 쓰였다는 것. 율곡 이이의 '석담일기'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전염병이 돌자, 민가에서는 "소고기를 먹고 소 피를 문에 뿌려야 예방된다"고 하여 곳곳에서 소를 수없이 잡았다고 한다. 어떤 용도이든지 대외적으로 소고기를 먹는 행위가 금지되었고 그만큼 귀한 음식이었기에 생긴 에피소드들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소고기 가격이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했다. 그리고 맛도 지금보다 좋지는 않았다. 요즘 우리가 먹는 소고기는 보통 30개월 정도 키운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노쇠하거나 병든 소만 잡아먹었다. 그러니 소고기가 질기고 영 맛이 떨어졌던 것. 당시에는 소고기를 굽다가 중간중간 물에 담그면서 구웠다. 아마도 고기가 질기고 흐물거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조선시대 사람들이 그처럼 소고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순의 '식료찬요'는 '소고기를 먹으면 속이 따듯해지고 기운을 북돋우며, 비위를 기르고, 골수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소고기는 맛있는 음식이자 몸에 좋은 약재로 여겨진 것. 실제로도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소고기는 성장기 어린아이부터 회복기 환자, 노인까지 모두가 섭취해야 할 양질의 음식이기도 하다.

무더운 계절에 기력을 보충하는 소고기 요리로 '표고버섯 소고기 완자찜'을 소개한다. 다진 소고기에 다진 양파, 다진 마늘, 전분 가루, 소금, 후추를 넣고 완자를 빚는다. 냄비에 양배추를 깔고 소고기 완자를 얹고 물을 넉넉히 넣어 10분간 끓인다. 소고기 완자가 얼추 익으면 표고버섯, 양파를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여기에 간장과 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채우면 완성이다. 담백하면서 깊은 맛이 우러나는 국물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마셔보자. 그 옛날 우리 선조들도 그토록 좋아했던 소고기의 영양성분이 부족한 기력을 든든하게 채워줄 것이다.


이주현 푸드칼럼니스트·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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