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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0만 톤' 쓰레기산 옆에 사는 가자 피란민들… '악취·벌레와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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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째 계속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가자지구가 온통 쓰레기 더미에 뒤덮였다. 파괴된 건물과 수습 못 한 시신의 잔해까지 규모가 3,900만여 톤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피란민 수백만 명이 쓰레기산 옆에 몸을 누인 채 연명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가자 분쟁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내 건물과 도로 등 잔해가 지난 5월 기준 3,900만 톤을 넘는다고 추산했다. 1㎡당 107㎏이 넘는 잔해가 쌓여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모든 분쟁으로 인한 잔해를 합친 것보다 13배 더 많다고 UNEP는 전했다.
특히 난민촌 등 인구밀집지에는 33만 톤이 쓰레기산을 이루고 있다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지난 13일 밝힌 바 있다. UNRWA는 "피란민의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잔해에는 불발탄과 석면 등 유해 물질은 물론 수습되지 못한 유해도 포함돼 있다. 파리떼와 뱀, 굶주린 들개가 쓰레기산 주변을 맴돈다. 오갈 데 없는 피란민들은 악취 나는 쓰레기산 바로 옆에서 먹고 자는 실정이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한 난민촌에 머무는 아스마한 알마스리는 "(쓰레기 더미 옆에서 사는 것은) '느린 죽음'과 같다. 여기엔 존엄성이 없다. 공기를 좀 마시려고 텐트 문을 열면 쓰레기 냄새밖에 안 난다"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에 따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탈출한 100만여 명 중 일부는 임시 쓰레기 처리장으로 변해버린 공터로 내몰린 신세다. 라파의 집을 떠나와 가자지구 중부의 난민촌으로 변해버린 알아크사 대학 캠프장에서 지내는 알리 나세르는 "살 곳을 찾아 왔지만 가족 18명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며 "여기까지 오는 데 이미 가진 돈을 다 썼고 일자리와 수입도 없어 이 끔찍한 상황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BBC에 토로했다. 피란민들은 식량이나 생필품, 내다 팔 물건을 찾기 위해 쓰레기산을 뒤지기도 한다.
이로 인한 보건 위기도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서 급성호흡기 감염, 5세 미만 어린이의 설사, 옴, 이, 황달 등 증가를 경고했다.
수천만 톤 잔해가 방치된 것은 전쟁으로 쓰레기와 폐수 등 처리 시설이 파괴된 탓이다. 이를 운반할 인력과 장비, 연료도 태부족이다. 주요 매립지 2곳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접근 자체가 막혀 있다.
가자지구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이스라엘군이 방해하고 있다고 UNRWA는 비판해 왔다. UNRWA 소속 샘 로즈는 "가자지구의 폐기물 관리 위기가 지난 몇 달간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피란민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말 그대로 쓰레기 속에서 살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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